끝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갔다. 고(故) 최요삼은 한 줌 재가 되어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됐다. 향년 35세. 작년 크리스마스부터 지난 5일까지 12일간 온 국민들은 복싱 중흥의 꿈을 향해 달려가다 불의의 사고로 링에서 쓰러진 마지막 세계챔피언 최요삼의 모습을 바라보며 걱정스런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그러나 모두의 간절하고 애타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최요삼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남을 돕고 살겠다는 자신의 평소 뜻에 따라 그의 장기는 6명의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전해져 새 삶을 불어넣었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던 바로 그 날. 헤리 아몰과 WBO 인터콘티넨탈 챔피언 1차 방어전을 앞두고 광진구 구민체육센터 대기실에서 손에 붕대를 감고 있던 최요삼은 "느낌이 좋다. 빨리 끝내야겠다"고 한마디했다. 허나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 최요삼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소주 한 잔을 나누자는 약속도, 평소 아꼈던 여자 후배 김주희(22, 스프리스체)에게 점심 한 끼 사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9월 터키아트 잔딩을 꺾고, 챔프 자리에 오른 뒤 흥분에 못이겨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반복되길 기대했지만 대신 순천향병원,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잔뜩 부어오른 몸에 뭔가를 잔뜩 꽂은 채 누워있었다. 파이트머니 300만 원. 첫 방어전에 나선 챔피언의 대전료였다.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모금됐으나 정작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최요삼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었다. 올해 4월 최요삼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화려한 2차 방어전을 가질 계획이었다. 고인의 매니저였던 친동생 최경호 HO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도 "모든 얘기가 잘됐다. 비자만 준비하면 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복싱 후배들에게 격투기 무대가 아닌 미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앞으로 2경기 정도만 더 치른 뒤 은퇴하고 싶다던 최요삼의 꿈도 한 줌 재와 함께 먼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지난 마지막 방어전에서 시종 우세한 경기를 치렀음에도 12라운드까지 저돌적인 공세를 했던 까닭도 죽어가는 한국 복싱의 부흥을 위해서였다. 인파이트 복싱이 조금이나마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생각. 다행스러운 점은 최요삼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다시 한 번 복싱에 대한 팬들의 아련한 향수를 돌려놓았다는 것과 건보금 및 대전료, 메디컬 체크 등 복싱계를 재점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서른 중반의 이른 나이에 고인이 돼버린 최요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던 작은 꿈도 이루지 못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복싱 원로들도 평생 이루지 못한 큰 일을 해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