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롯데 외국인 투수들 실적은?
OSEN 기자
발행 2008.01.07 08: 28

[OSEN=이상학 객원기자] 과거 롯데는 투수왕국이었다. 지난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7차례나 시즌 팀 방어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후에는 한 번도 시즌 팀 방어율 1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외국인 투수 영입에 인색했다. 처음부터 외국인 투수에 너무 덴 탓도 없지 않았다. 1998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지명한 투수 빅터 콜과 연봉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10년간 롯데는 외국인 투수를 6명밖에 쓰지 않았다. 8개 구단 전체 최소 외국인 투수. 올해 롯데는 메이저리그 출신 마티 매클레리를 영입했다. 매클레리 이전 롯데를 거쳐간 외국인 투수는 그 수가 몇 안 되지만 성공과 실패 그리고 본전이 상존했다. ▲ 마이클 길포일 1999년 롯데는 펠릭스 호세와 짝을 이룰 외국인선수로 왼손 백인 투수 마이클 길포일을 영입했다. 왼손이라는 이점이 있었지만 공이 빠르지 않았고 구위도 떨어졌다. 기교파 투수였지만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6경기 모두 다 구원등판한 길포일은 승패없이 1세이브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6이닝 동안 9실점하며 방어율 13.50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탈삼진은 3개에 불과했고, 피안타율은 무려 3할5푼7리였다. 시즌 초반이었지만 그 성적으로는 퇴출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다. 길포일은 외국인선수 사상 첫 기량미달 퇴출이라는 불명예까지 썼다. ▲ 에밀리아노 기론 길포일을 퇴출한 롯데는 그 빈 자리를 기론으로 메웠다. 처음에는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호세의 말동무나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정도로 처음 한국에 올 당시 경력은 그의 빼빼마른 몸매처럼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기론은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기론에게는 서클체인지업이라는 무기가 있었고,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투구 폼도 있었다. 팔도 길고 손가락도 길어 차별화된 볼 회전과 스피드를 자랑했다. 패전처리로 시작한 기론은 이후 불펜의 에이스로 재탄생했다. 1999년 24경기에 등판해 5승1패2세이브 방어율 3.30을 기록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만 고무팔답게 8경기·29⅓이닝을 던져 1승1세이브 방어율 0.92로 호투, 롯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한 몫 했다. 2000년에는 선발로 변신해 당당히 10승을 올리는 등 2001년 시즌 중 팔꿈치 부상으로 퇴출되기 전까지 롯데에서 활약했다. 롯데에서 가장 오래 활약하고 또 성공한 외국인 투수로 기억된다. ▲ 레이 데이비스 2001년 부상을 당한 기론 대신 롯데가 데려온 외국인 투수가 바로 레이였다. 외국인선수 공식 명칭은 이름이 아닌 성을 따르는 것이 관례지만 레이의 경우에는 한화 제이 데이비스와 성이 같다는 이유로 공식 명칭은 성 대신 이름으로 썼다.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후 외국인선수 공식 명칭을 성이 아니라 이름을 따른 것은 레이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레이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데뷔전이었던 8월5일 사직 KIA전에서 6이닝 무자책점으로 호투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으나 그 기세를 잇지 못했다. 9경기 모두 선발등판했지만 1승5패 방어율 5.36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재계약 실패는 당연한 결과였다. ▲ 대니얼 매기 롯데는 2002년 외국인선수로 왼손 투수 매기를 영입했다. 192cm 장신으로 힘있는 공을 뿌리는 투수였다. 그러나 들쭉날쭉한 제구력으로 매경기 살얼음 피칭을 거듭했다. 빠른 공과 완투 능력을 겸비했지만 고질적인 제구난조가 문제였다. 롯데에서 전반기 13경기에서 모두 선발등판한 매기는 매경기 불안한 피칭에도 4승5패 방어율 3.70이라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롯데는 후반기를 앞두고 2대3 트레이드를 통해 매기를 조경환과 함께 SK로 보냈다. 롯데는 SK에서 부상을 당한 페르난도 에르난데스를 받았다. 외국인선수 2명이 트레이드에 포함된 것도 매기와 에르난데스가 처음. 그러나 에르난데스는 트레이드 직후 퇴출되고 말았다. ▲ 모리 가즈마 2003년 롯데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이번에는 익숙한 흑인 투수가 아니라 일본인 투수였다. 메이저리그 몬트리올 산하 트리플A에서 활약했고, 바로 전 해 일본 사회인야구에서 뛴 오른손 모리를 데려온 것이다. 비슷한 시기 두산에 입단한 이리키 사토시에 이어 2번째 일본인 출신 외국인선수였다. 당초 모리는 최고구속 148km의 빠른 직구, 안정된 제구력, 다양한 변화구라는 의례적인 평가를 받으며 한국땅을 밟았다. 그러나 애초부터 기대는 어긋났다.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모리는 4차례 시범경기에서 방어율 9.64라는 극악의 성적을 내며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퇴출되는 비운을 맛봤다. ▲ 호세 카브레라 모리를 끝으로 롯데는 한동안 외국인 투수에 관심을 끊었다. 하지만 지난해 4년 만에 다시 외국인 투수를 뽑았다. 이번에는 재활용이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띄엄띄엄 SK에서 활약한 카브레라가 주인공이었다. 롯데는 고질적인 약점이 된 ‘소방수’ 자리에 카브레라를 앉혔다. 풀타임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카브레라는 56경기에 등판해 3승4패22세이브 방어율 3.65를 기록했다. 22세이브는 1994년 박동희(31세이브)-2000년 강상수(23세이브)에 이어 롯데 구단 역사상 3번째로 많은 기록이었다. 비록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6개의 블론세이브를 저질렀지만, 대신 터프세이브가 6개였으며 1점차 세이브도 8개나 있었다. 결과만 놓고 볼 때 카브레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러나 불안불안한 투구내용과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쓰기에는 아깝다’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호세 카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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