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라이벌 고려대와 연세대 야구부가 신년 벽두에 사상 처음으로 합동 등반대회를 연다. 연세, 고려대 양교 야구부원들은 이광은(53) 연세대 감독과 양승호(48) 고려대 감독의 인솔로 1월 8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인근의 청계산을 함께 오르기로 했다. 양교 야구선수들은 이번 산행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다짐함과 아울러 우의를 다질 예정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양교는 그동안 정기 연고전 등을 통해 강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면서 으르렁거렸던 처지. 야구장에서도 늘상 티격태격해 온 양교 선수들은 서로 ‘소가 닭 보듯’하는 사이였으나 이번 등반으로 앙금을 말끔히 씻어내고 격의 없는 사이로 가꾸어나가기로 했다. 이번 산행은 작년 12월 말 제주도에서 열렸던 대학야구 감독자 워크샵 때 고려대 양승호 감독이 연세대 이광은 감독에게 제안, 이 감독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성사 됐다. 양승호 감독은 “요즘 선수들의 정이 너무 메말라 있다. 그라운드 안에서 경쟁할 때는 할 때고, 밖에서는 서로 모범을 보이면서 친숙하게 지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합동 등반대회를 계획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광은 감독은 “그 동안 너무 살벌하게 지내왔으나 서로 알고 우의를 돈독하게 쌓으면서 경기도 축제처럼 치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산행을 마친 다음 다같이 순두부를 안주로 고대가 좋아하는 막걸리라도 한사발씩 나눌 작정”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chuam@osen.co.kr 2005년 올드스타전에 출전했던 이광은 연세대 감독(왼쪽)과 LG 감독대행 시절의 양승호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