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로저 클레멘스는 왜 '거짓말 탐지기'란 단어에 움찔했을까. 7일(이하 한국시간) 방송된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클레멘스는 시종 브라이언 맥나미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결백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나는 명성과 돈을 위해 야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스테로이드로 선수 생명을 연장했다는 주장을 반박했고, "내가 지금 하는 말은 전부 진실이다. 맹세한다"며 "의회에서 증인 선서를 한 뒤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맥나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는 왜 앤디 페티트에 관해서는 사실을 얘기했고, 당신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잠시 주춤한 뒤 "앤디 사건은 나와는 별개다. 그가 성장호르몬을 복용했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만 말했다. 거짓말 탐지기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해도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의 실효성에 대해 사람들은 찬반으로 입장이 나뉜다"며 "거짓말 탐지기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나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의 결백이 확실하다면 거짓말 탐지기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것도 동원 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올바른 대답일 텐데 그는 'Yes' 또는 'No'라는 답변을 회피했다. 60분은 클레멘스가 첫 인터뷰를 위해 직접 선정한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탐사 보도로 명성을 쌓은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교양물이다. 하지만 클레멘스가 만반의 준비 끝에 나선 이 프로그램 방송 뒤 미국내 여론은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진통제와 비타민 B-12만 맞았다"는 내용을 제외하면 특별히 자신을 방어할 만한 내용이 없고, 자신의 분노와 초조함, 그리고 일부 당황스런 모습만을 보였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 언론은 방송 전부터 대담자인 마이크 월러스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압력'을 넣었다. 클레멘스의 일방적인 주장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뭔가 의미있는 답변을 끌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송 직후 60분 제작진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인터뷰 대상자인 클레멘스를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그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클레멘스는 8일 휴스턴에서 미첼 보고서 공개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연다. 17일에는 미 하원 감독위원회의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클레멘스와 맥나미, 페티트 모두 출석할 것으로 보이는 청문회에서 그가 어떤 말을 할지 또 다른 관심을 모은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