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지, '8전9기'로 명예의 전당 헌액
OSEN 기자
발행 2008.01.09 05: 20

[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인상적인 콧수염, 불같은 성격,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로 빅리그의 한 때를 풍미한 구스 고시지가 마침내 쿠퍼스타운에 입성했다.
고시지는 9일(한국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 결과 총 543표 가운데 466표(득표율 85.8%)를 얻어 8전9기 만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구원 투수 가운데는 역대 5번째 영광이다.
올스타 9차례에 빛나는 고시지는 70∼90년대 초반을 빛낸 대표적인 마무리. 빅리그 통산 22년 동안 1002 경기(선발 37경기)에 등판, 124승107패 310세이브 방어율 3.01을 기록했다. 역대 세이브 순위 17위. 그가 활약한 시기가 3점차 이하 리드를 유지한 9회에만 등판하는 현대식 마무리 체제가 갖춰지기 전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고시지가 활약하던 당시 마무리는 한 번 등판하면 3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게 다반사였다. 요즘의 셋업맨과 클로저의 역할을 마무리 혼자 떠맡았다.
1972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시작으로 피츠버그, 뉴욕 양키스, 샌디에이고 등 9개 구단을 거친 그는 '와일드띵'이었다. 조금도 지기를 싫어하는 성격에 타자를 윽박지르는 강속구를 앞세워 리그 최고 마무리로 군림했다. 그가 등판하면 상대팀은 경기를 사실상 포기해야 했다.
141⅔이닝을 던진 75년 탈삼진 130개와 방어율 1.84로 두각을 나타낸 뒤 선발로 '외도'한 이듬해 224이닝을 소화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77년 피츠버그로 이적해서는 다시 전업 마무리로 자리를 잡고 경기 후반을 철통처럼 틀어막았다. 1점대 방어율 3차례, 2점대 9차례를 기록한 그는 32경기(46⅔이닝)에 등판한 81년 3승2패 20세이브 방어율 0.77이라는 성적을 올렸다. 세이브왕은 3차례를 경험했다.
고시지는 2000년부터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가 됐지만 매번 쟁쟁한 경쟁자들에 밀려 분루를 삼켜야 했다. 하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후보가 없는 올해 마침내 압도적인 득표율로 그토록 고대하던 쿠퍼스타운 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고시지는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고시지를 제외하면 올해 기자단 투표에서 헌액이 결정된 선수는 없다.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던 짐 라이스는 392표(72.2%)로 헌액 기준선인 75%에 간발의 차로 미달했고, 안드레 도슨(65.9%) 버트 블라이븐(61.9%) 리 스미스(43.3%) 잭 모리스(42.9%)가 뒤를 이었다.
관심을 모은 마크 맥과이어는 지난해와 똑같은 128표(23.6%)를 얻는 데 그쳐 올해에도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맥과이어는 지난해 헌액 대상 후보로 처음 이름을 올렸으나 스테로이드 복용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인정돼 23.5% 득표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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