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단독 선두 원주 동부가 독주 체제를 굳혔다. 동부는 지난 8일 ‘미리보는 챔피언 결정전’ 2위 안양 KT&G와 원정경기에서 66-56으로 승리하며 3.5게임 차 단독 선두를 구가하게 됐다. 4라운드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3.5게임 차는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 ‘유력’ 마크를 붙일 수 있는 차이다. 무엇보다 2위 KT&G와의 상대 전적에서 3승1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등 최강 군단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발휘했다. KT&G전 승리로 얻은 동부의 3가지 소득을 살펴본다.
① 체력 관리
동부 전창진 감독은 선수 기용폭이 좁기로 유명하다. 올 시즌에도 선수교체가 경기당 평균 13.2회에 불과하다. 10개 구단 중 9번째에 불과한 수치.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19회의 선수 교체를 마크했다. 지난 1일 부산 KTF전에서 일찌감치 스코어가 크게 벌어져 24회 선수 교체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이날 경기가 가장 많은 교체였다. 게다가 기용도 파격적이었다. 3쿼터 초반 레지 오코사 대신 카를로스 딕슨을 투입하더니 3쿼터 5분 여를 남기고는 표명일과 김주성을 차례로 교체했다. 최근 4일간 3번째 경기라는 체력적 부담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동부는 3쿼터 막판 KT&G에 역전을 허용하며 자칫 경기 주도권을 내줄 뻔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은 그 순간을 꾹 참고 밀어붙였다. 4쿼터부터 동부는 ‘삼각편대’ 표명일-김주성-오코사를 총출동시켜 승부를 뒤집었다. 4쿼터 점수는 20-9였다. 결과적으로 표명일·김주성·오코사가 번갈아가며 3쿼터를 쉬고 4쿼터에 올인한 것이 주효했다. 전창진 감독도 “표명일·김주성이 5분씩이라도 쉴 수 있었던 것이 4쿼터 역전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선수 교체를 통해 주전들의 체력을 관리하면서도 4쿼터 승부처에서 승리를 가져가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점은 장기레이스에서 동부에 큰 의미로 다가온다.
② 기선 제압
이날 경기는 미리보는 챔피언결정전이었다. 승부가 기울어진 경기 막판까지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대단했다. 향후 큰 경기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상대인 만큼 기싸움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동부는 승리라는 가장 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위와의 격차를 3.5게임 차로 벌림으로써 독주 체제를 굳힘과 동시에 공격면에서 상극에 놓여있는 팀컬러의 KT&G를 제압했다는 점은 단순한 1승 이상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 동부는 철저한 수비를 바탕으로 KT&G의 속공을 애초부터 저지하는 등 저득점-저템포 게임이라는 동부 특유의 흐름으로 경기를 주도해나갔다.
전창진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KT&G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주희정-마퀸 챈들러-T.J.커밍스에 대한 수비 해법을 찾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 감독은 “의외로 챈들러나 커밍스 쪽에서 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5~6라운드 경기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챈들러와 커밍스는 17점·12리바운드·1블록슛을 합작하는 데 그쳤고, 김주성과 오코사는 합해서 25점·15리바운드·8어시스트·3블록슛을 기록했다. 특히 챈들러는 20분 이상 뛴 경기 중 최소 득점인 4점에 머물렀다. 매치업 상대가 된 김주성의 수비에 철저하게 막힌 탓이었다. 향후 경기에서도 이는 챈들러와 KT&G의 콤플렉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③ 해결사
동부라는 팀은 해결사가 따로 없다. 팀원 전체가 누구라도 해결사가 될 수 있는 것이 동부의 팀 구조다. 하지만 동부는 박빙의 상황에서 확실하게 믿을 만한 해결사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비의 에이스’ 김주성은 터프한 상황에서 공격력이 다소 미흡하게 느껴진다. 오코사도 스코어러는 아니다. 실제로 올 시즌 동부는 5점차 이내 접전 경기에서는 2승4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확실한 공격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와 결정적일 때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슈터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KT&G전에서 동부는 카를로스 딕슨과 손규완을 통해 공격에서 부족한 2%를 채워줄 오아시스를 재발견했다.
동부의 3번째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한 딕슨은 이날 1쿼터에만 무려 15점을 몰아넣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최근 5경기에서도 평균 20.0점을 넣고 있다. 전임 더글라스 렌보다 수비나 높이는 부족하지만 공격적인 면은 더 낫다. 특히 2대2 플레이가 가능해 공격의 득점루트를 다양화할 수 있는 재목이다. 1대1 상황서 득점을 올려줄 수 있는 해결사로는 딕슨이 팀 내서 가장 먼저 꼽힐 만하다.
승부처에는 슈터 손규완이 있다. 손규완은 이날 기록한 10점을 모두 4쿼터에만 집중시켰다. 예부터 손규완의 ‘클러치 3점슛’은 백미였다. 올 시즌 다소 침체된 기색이 역력했지만, KT&G전 결정적인 3점포 2방으로 클러치슈터의 부활을 알렸다. 전창진 감독은 “손규완의 장기가 살아나 이겼다”며 반색했다. 이는 큰 경기에서도 동부의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8일 동부-KT&G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