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카드에 불과했지만 훗날 일대 사건이 될 만한 일이었다. 메이저리그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보스턴에서 양키스로 팔려간 뒤 생긴 ‘밤비노의 저주’에 못지 않은 사건이 될 뻔했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유니콘스의 원당구장. 이날부터 2008시즌 훈련을 시작한 김시진(50) 현대 감독은 착잡한 심정으로 선수단의 훈련을 지켜봤다. 구단 매각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을 시작해야 했던 김 감독은 기자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올 시즌 구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김 감독은 신예 투수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금은 현대 불펜의 핵으로 자리잡은 우완 송신영(31)의 신인 때 이야기를 전해줬다. 김 감독은 “신영이는 계약금도 받지 못한 신인이었지만 커브의 각이 좋아 기회를 잡은 선수였다. 무명 신인 투수라도 특별한 무기가 있으면 발전 가능성이 있다. 신영이가 그런 케이스”라면서 “신영이가 한창 좋아질 때였던 신예 시절에 롯데 이대호와 맞트레이드 카드였던 적도 있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 감독은 투수코치 시절이던 2003시즌을 떠올리며 “당시 구단에서 롯데 백인천 감독님과 송신영 내지는 신철인을 놓고 이대호와 맞트레이드를 논의한 적이 있다. 현대에서는 송신영이든 신철인이든 원하는 투수를 데려가도 좋다고 했지만 롯데 구단이 마지막에 반대해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백인천 감독은 현대 불펜에서 맹활약하고 있던 송신영과 신철인에 눈독을 들였던 것이고 현대 구단은 그때까지만 해도 ‘미완의 거포’였던 이대호를 차세대 간판스타로 키우기 위해 군침을 흘린 것이다.
하지만 롯데 프런트의 반대로 이대호는 롯데 유니폼을 계속 입을 수 있었고 이후 거포의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2003시즌까지만 해도 기대주에 머물던 이대호는 2004시즌 홈런 20개를 날리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06 시즌에는 트리플 크라운(홈런, 타점, 타율)을 이루는 MVP급 맹활약을 펼쳤다.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 타자에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 스타’가 됐다.
만약 2004년 트레이드가 이뤄져 이대호가 현대 유니폼을 입게 됐다면 아마도 롯데 팬들에게는 악몽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트레이드 이후 현재처럼 타격에 꽃을 피웠다면 롯데 구단이나 팬들에게는 ‘밤비노의 저주’ 못지 않은 최악의 트레이드가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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