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스트리와 팀 성적의 상관관계
OSEN 기자
발행 2008.01.09 16: 10

지난 4일 경기도 이천의 SK 텔레콤 FMI 연수원에서 있었던 스포테인먼트 교육 2기 현장은 SK 와이번스의 팀 내 역학관계를 짐작케 해주는 장이기도 했다. 12시간 가까이 치러진 연수를 리드한 선수는 새 주장 이호준(32)과 조웅천(37)이었다.
투타 최선참급인 양 선수는 프로그램 내내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했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중고참 연차 선수들도 두 선수를 중심으로 뭉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2007시즌 직후 FA 자격을 얻었는데 하마터면 SK를 떠날 뻔했다. 우선 협상기간 타결에 실패하며 이적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SK는 지난해 12월 9일 축승회 날에 맞춰 두 선수의 잔류를 완결지었다. 4번타자 겸 1루수 이호준과 4년간 총액 34억 원, 고무팔 셋업맨 조웅천과 2년간 총액 8억 원에 각각 합의를 이뤄냈다.
SK가 역대 FA 계약의 마지노선인 총액 30억 원을 넘겼고(이호준)과 완강했던 1년 계약안을 철회하고 다년계약을 들어준(조웅천) 데에는 단지 우승 프리미엄과 과거 실적에만 근거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두 선수의 선수단 장악력과 분위기 메이킹 능력까지 평가한 덕분이었다. 달변이기도 한 두 선수는 언론 대응에서도 SK의 스포테인먼트의 우등생이라 할 만한 존재들이다.
이렇게 최선참 선수가 분위기를 잡아주고, 성적까지 잘 내주니 팀 전체가 1위 독주와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와 흡사한 케미스트리 효과를 발산한 팀으론 두산과 LG, 한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고참들이 솔선수범하고, 팀 기강을 만들어가니 굳이 싫은 소리 할 일이 없게 된 감독의 권위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반면 KIA나 롯데는 그 반대로 고참급이 무너지면서 팀 전체의 사기가 저하됐다. 심지어 고참급이 전임 감독과 미묘한 심리전을 펴며 팀은 사분오열되기까지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리더가 되려고 나서는 팀은 모래알이 되겠지만 리더가 없는 팀 역시 강팀이 되기 힘들다. 감독이나 코치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을 책임지고 이끌어줄 리더는 2008시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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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조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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