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터호 롯데'의 3가지 해결 과제
OSEN 기자
발행 2008.01.10 08: 59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제리 로이스터(56) 감독이 이끄는 롯데가 새로운 도약의 2008년을 예고하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곳에 7등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며 굳건한 각오를 내비쳤다. 지난해 11월26일 롯데 제13대 사령탑으로 선임되며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이 된 로이스터 감독은 “팬들이 롯데 자이언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단 등번호 ‘3’은 롯데의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라는 뜻일 수도 있으나 '로이스터호 롯데'가 극복해야 할 3가지 해결 과제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① 기술 향상·전술 이해도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 경기가 담긴 DVD 40개 가운데 3개밖에 보지 못했다. DVD 문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3경기만으로도 롯데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로이스터 감독은 “득점력이 향상되어야 하고 기본적인 야구 기술이 부족하다. 기본적인 전술 이해도를 선수들에게 특히 가르쳐야 할 부분”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사실 지난해 롯데는 533득점으로 이 부문에서는 전체 4위에 올랐다. 평균적인 수준이었지만, 득점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롯데는 3득점 이하로 패한 경기가 무려 52차례나 됐다. 이는 KIA(56패) 다음으로 많았고 총 패수 중 비율은 76.5%로 한화(77.2%) 다음으로 좋지 않았다. 필요할 때 득점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기기 위해서는 필요한 작전을 모두 소화시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승리를 위해 펼칠 수 있는 기술과 집중력을 전수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롯데는 벤치와 선수의 호흡 불일치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도루·희생번트·히트앤드런 같은 작전이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했던 것이다. 궁극적으로 선수들이 벤치의 작전을 이행할 능력이 부족했다. 무사에서 3루 주자가 홈으로 쇄도하다 어이없게 아웃당하는 등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야구 이해도도 떨어졌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로이스터 감독이 자신의 야구를 펼칠 수 있을 만큼 선수들의 기술적인 향상과 전술이해도를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② 기본기의 강조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해 취임 일성에서 “변화를 위해 선수단에게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으로 구성돼 있는 롯데는 중요 승부처 때마다 기본기 부족을 드러내며 자멸하는 경우가 많았다. 야구는 득점을 더 많이 내야 하지만, 실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9일 기자회견에서도 로이스터 감독은 “장점인 투수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득점력 향상과 함께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발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몇 년간 롯데 투수들에게 수비수들의 실책은 세금과 같은 것이었다. 이는 때때로 젊은 투수들의 심리적 동요를 야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는 8개 구단 중 5번째로 많은 실책 82개를 기록했다. 지극히 평균적인 수치지만, 기본적인 콜-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아 서로 부딪치거나 공을 미루며 안타로 둔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전체적인 수비도 느슨했다. 이는 주루플레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대의 실책을 야기하는 맹수의 집요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롯데의 주루플레이는 샌님처럼 얌전하고 느렸다. 팀 도루성공률이 전체 7위(58.6%)에 그칠 정도로 주루 센스도 좋지 않았다. 로이스터 감독이 강조한 야구 이해도와 같은 맥락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현역시절 안정된 수비와 빠른 발을 자랑한 준족 내야수로, 지도자 생활도 수비 및 주루 코치로 활약했다. 롯데의 오래된 고민인 기본기 부재가 얼마나 개선되고 해결될 수 있을지 여부도 ‘로이스터호 롯데’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③ 적응과 시간
로이스터 감독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역시 한국에 대한 적응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한다는 것은 변함없지만, 야구가 환경과 적응의 스포츠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최초의 이방인 감독인 로이스터 감독은 나머지 7개 구단을 비롯해 사방이 적이 될 수도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기존 한국 감독들의 스타일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내가 시도하는 야구가 그들의 스타일에 방해가 되지 않고,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즌 돌입 후에는 상황이 또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성적과 관계없이 마치 지난해 시즌 한때 SK 김성근 감독처럼 집중적인 견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로이스터 감독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구단에서 얼마나 로이스터 감독에게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뢰하고 지지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로이스터 감독은 “항상 순위가 똑같을 수는 없다. 새로운 감독과 코치가 왔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변화가 곧 성적 상승으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물론 지난해 김성근 감독은 2년간 한국야구와 떨어져 지냈지만, 당당히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그 이전에도 이미 15년간 한국에서 사령탑으로 활약했으며 가을 마무리훈련부터 팀을 지도했다. 반면 “한국야구를 많이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로이스터 감독은 이제야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게 됐다. 롯데는 지난해 무려 42일간 감독 자리를 공석으로 두었다. 마무리훈련 42일의 공백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적응과 함께 충분한 시간이 로이스터 감독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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