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연예계~~.’
당연한 일이 됐다. “저 어디 고쳤어요.” “넌 어디 고쳤니?” “난 여기 고치고 싶어요.” 등등. 채널을 돌리다보면 여기저기서 성형고백이다. 성형을 했든 하지 않았든 앞으로 더 고치고 싶은 부분을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제 시청자들의 반응도 심드렁하다. 하물며 연예인을 키워 내는 매니저에게 연예인의 성형은 빵집에서 빵을 만들어내듯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됐다. 한 매니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연예계에 뿌리박혀 있는 성형 불감증을 짚어 봤다.
한 신인가수를 키우는 매니지먼트의 실장은 “가수 A는 눈 코 턱 광대뼈 입술 수술을 했다”며 “약 2000만 원 가량의 견적이 나왔으며 병원에서 할인을 받아 1500만 원에 수술을 했다. 수술을 하고 부기가 빠지기까지 석 달 정도 걸렸다. 다음 과정은 이를 하는 것인데 400만 원 정도 견적이 나왔다. 일주일 정도면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소속사 측에서 성형을 권하는 것일까 아니면 본인 스스로 성형을 하길 원하는 것일까? “데뷔하기 전에 얼굴을 봤을 때 비호감이면 성형을 권한다”며 “어디를 손대서 예뻐질 것 같으면 그렇게 말하고 보통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은 이들은 흔쾌히 응한다”라고 답했다.
연예인의 얼굴에 칼을 댈수록 비슷한 얼굴들이 많아진다. 가수든 연기자든, 연예계 종사자들의 얼굴이 똑같아 지고 있고 개성을 상실하고 있다.
한 사진 기자는 신인 탤런트의 인터뷰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다가 “이 신인 연기자와 저번에 사진을 찍은 신인 연기자의 얼굴에 차이가 없다”며 “같은 연예인은 아닌데 얼굴이 너무 비슷하다”고 성형으로 인해 비슷해지고 있는 연기자들의 얼굴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연예인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고 할지라도 본래 자신의 개성과 외모를 살려 데뷔할 수는 없는 것일까? 실장은 “비슷하게 간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해야 대중한테 어필이 된다”며 “예쁘면 고치겠는가 안 예쁘니까 고치는 것이다. 안 고치고 데뷔시켜 방송 관계자나 대중들 앞에 그냥 나서면 여기저기서 ‘안 예쁘다’ ‘못 생겼다’는 말을 듣는다. 그렇게 연예계에 데뷔해 실패하는 것보다는 비슷한 얼굴이라도 성형을 해서 보통의 기준은 맞춰서 예쁘게 나오는 게 낫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성형한 신인 가수 A는 수술에 성공해서 다시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전 소속사에서 수술을 잘 못해서 우리 쪽 소속사로 왔을 때 다시 성형 수술을 시킨 것이다”며 “하지만 이번에도 수술이 완벽히 되지는 않았다. 코 수술을 다시 받을 생각이고 앞 턱에 실리콘을 넣은 것도 과도하게 들어가서 다시 뺄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한 번의 성형으로 완벽한 얼굴을 갖추기는 힘들다. 또한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아름다운 얼굴이지만 본인이 만족하지 못해 끊임없이 수술을 해서 성형중독에 걸린 사례도 있다. 본인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해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성형을 하는 연예인도 수두룩하다.
기자의 연이은 성형 질문에 그는 “좀 더 고쳐야 ‘예쁘다’라는 소리를 듣게 되고 대중들은 예쁜 연예인에게 더 관심을 갖고 호감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며 “대중에게 좀 더 어필해야 연예인은 뜬다. 얼굴 안 고치고 데뷔 했다가 망하는 것보다는 성형을 통해 어느 정도 대중의 기호를 맞추며 못생겨 보이지 않게 데뷔시키면 어느 정도 대중에게 어필이 된다”고 말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얼굴이 변해서 브라운관에 나온 연예인들을 보며 “쟤 성형했네”라고 비아냥거리면서도 그들의 아름다움을 함께 탐닉하고 있다. 연예계를 ‘성형 수술계’로 만드는 데는 연예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연예인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기준으로 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연예계 성형 불감증을 조장하고 있다.
눈은 크고 동그랗게 얼굴은 V라인으로 치아는 하얗게 일률적으로 고르게 심어야 하고 튀어 나온 광대는 깎아 주고 납작한 이마는 볼록하게 실리콘을 넣고 입술은 도톰하게 만드는 시술들. 모두 똑같아지는 연예인들. 그것을 질타하고 비난하면서도 한편 아름답지 않으면 용납하지 않는 우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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