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경기 소화' 산드린, 용병으로는 '아직 낙제'
OSEN 기자
발행 2008.01.10 12: 01

[OSEN=이상학 객원기자] 외국인선수로는 낙제점이다.
울산 모비스 ‘한국계 혼혈 외국인선수’ 에릭 산드린(30·202cm)이 국내무대 데뷔 후 정확히 10경기를 소화해냈다. 경기당 24.4분을 뛴 산드린은 평균 11.5점·6.1리바운드·1.5블록슛 그리고 야투성공률 40.7%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올 시즌 외국인선수 수준이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실망스러운 기록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SK와의 홈경기에서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곧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적응 속도가 느리다.
산드린은 지난 9일 전주 KCC전에서 24분38초를 뛰며 15점·7리바운드·3어시스트·4블록슛을 기록했다. 어시스트와 블록슛은 국내무대 데뷔 후 최다기록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 내내 산드린은 KCC 브랜든 크럼프와의 매치업에서 완패했다. 이날 경기에서 크럼프는 30점·12리바운드·2블록슛으로 맹활약하며 모비스 골밑을 초토화시켰다. 모비스는 골밑 싸움에서 산드린이 크럼프와의 맞대결에서 밀리자 후반부터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산드린의 한계도 뚜렷해졌다.
지난 2005년 가을, 대구 오리온스 연습 외국인선수로 이름을 알린 산드린은 귀화할 경우 당장 국가대표 스몰포워드로 활약할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타고난 탄력과 점프력으로 화려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점은 더욱 더 농구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성적을 올려야 하는 프로농구 외국인선수로는 2% 부족했다. 국내 현실상 외국인선수라면 기본적으로 골밑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포워드로 활약하기에는 신장이 너무 크며 팀 사정도 좋지 못하다.
공격에서 산드린은 확실한 골밑 공격 옵션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골밑 득점도 림을 등지는 포스트업보다는 림을 바라보는 페이스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다수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탓인지 슛 감각도 들쭉날쭉하다. 외곽슛과 중거리슛의 안정감이 부족하다. 당초 기대와 다르게 빠른 스피드로 속공에 가담하는 마무리하는 능력도 수준급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모비스 자체가 속공을 전개하는 데 애를 먹고 있지만, 산드린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코트를 왕복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정적으로 수비에서 산드린은 가장 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골밑 플레이어가 아닌 산드린은 페인트존에서 타팀 외국인선수들과 몸싸움에서 밀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도움 수비와 지역 방어에서도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도움 수비를 가다 골밑을 비워두는 바람에 손쉬운 득점을 내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물론 블록슛에서 나타나듯 탄력과 높이를 앞세운 수비는 나쁘지 않지만, 수비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한국식 농구에 적응하지 못한 부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수비에서도 한국식 농구에 괴리감이 큰 것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산드린의 실력이 NBA 서머리그나 프리시즌을 뛸 정도인 것은 틀림없다. 미국에서 보았을 때에는 외곽에서 움직임이 확실히 달랐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외국인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골밑 플레이를 잘해야 한다”는 유 감독의 말처럼 산드린은 골밑에서 확실히 경쟁력이 떨어진다. 모비스 팀 사정상 포지션 변경을 꾀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부상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는 바람에 산드린의 한국농구 적응은 쉽지 않아지고 있다. 외국인선수로서 효용 가치도 점점 회의적이다.
과연 언제쯤 산드린이 한국농구에 적응하고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농구팬들의 기대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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