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인내의 협상술로 스토브리그 '역전승'
OSEN 기자
발행 2008.01.11 08: 53

두산은 관대하다.
김태룡 두산 베어스 운영부문장은 지난 9일 밤 일본에 있는 김동주와 전화 통화를 했다. 10일 오전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 부문장은 "동주가 먼저 '요코하마와 협상이 완전히 깨졌다'라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귀국하면) 두산의 안을 듣고 싶다'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미 9일 밤 김동주는 두산의 4년 총액 62억 원 제의까지 마다하고 추진했던 일본행의 꿈을 접고, 무장해제를 한 셈이었다. 이제 김동주는 일본행이란 협상 지렛대를 상실했다. 또 프로야구 규약상 오는 15일까지 계약이 안 되면 2008시즌을 뛸 수 없기에 시간도 촉박하다.
여기다 두산 그룹의 고위층은 프로야구 역대 최고 대우를 제시했는데도 도장을 안 찍은 김동주에 대해 언짢은 감정이 없지 않았다. 실제 두산이 김동주의 몸값에 대해 모그룹의 수락을 받아내느라 어려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일본 구단의 '버림'을 받고 10일 빈손 귀국한 김동주에 대해 김 부문장은 "두산의 간판타자에 걸맞는 대우는 해줄 것"이라고 재협상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4년 총액 50억 원선으로 당초 예상보다 적은 삭감폭이라 할 수 있다. 김 부문장은 "이제 시간이 촉박하다. 14일까진 계약을 마쳐야 미야자키 전훈에 참가시킬 수 있다"라고 언급, 더 이상의 '샅바싸움' 없이 조만간 계약을 완료할 방침을 확고히 했다.
이에 앞서 두산은 10일 복귀 해외파 김선우, 전 용병 선발 레스 영입을 잇달아 발표했다. 중량급이긴 하지만 현실에 비춰보면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와 대만 야구에서 버림받은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은 김선우를 빅리그 경력에서 앞서는 서재응(KIA) 급으로 예우(1년 총액 15억 원)하며 극진히 환대했다.
두산은 언젠가부터 '버림받은 자들의 요람'이라 불렸다. 타 구단에서 저평가된 가치주를 발굴해 대박을 터뜨리는 탁월한 안목 덕분이었다. 이제 두산은 김동주-김선우-레스 등 바깥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스타들까지 품기 시작했다.
협상 과정에서 상당수 두산 팬들조차 등을 돌릴 정도로 김선우와 김동주는 애를 먹였지만, 두산은 선수들의 자존심을 최대한 살려주려 애쓰고 있다. 전력 보강 외에 구단 이미지 상승이란 측면에서 스토브리그 역전승을 일궈낸 두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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