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 도사'의 부적 한 장이면 영화 흥행이 대박난다? 초대 손님에게 바늘로 콕콕 찌르는 질문을 던져 괴롭히는 MBC '무릎팍 도사'가 소문 그대로 영화 홍보에서 만큼은 신통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새 영화 홍보 때마다 출연 배우들의 출연을 밀어넣으려는 제작사 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문소리가 '무릎팍 도사' 강호동으로부터 흥행 부적을 받아들었다. 그녀는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의 감동 실화를 그린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 개봉을 앞두고 9일 '무릎팍 도사'에 등장, '태왕사신기'의 미스캐스팅 논란과 관련한 진솔한 발언으로 호감을 샀다.
영화진행위원회 집계 결과 '우생순'은 개봉일인 10일 전날 오후까지 주말 예매 점유율 32.51%로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연말부터 '황금 나침반' '내셔널트레져2' '나는 전설이다' 등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세에 줄곧 눌려있던 한국영화로서는 처음 흥행 돌파구를 열 기세다.
'우생순'의 예매율 강세는 문소리의 '무릎팍' 출연 이전부터 강세였다.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조은지 등의 주 조연 배우들이 '놀러와' '야심만만' '상상플러스' 등 예능프로들에 집중적으로 출연하면서 영화 인지도를 높였고 이날 문소리가 '무릎팍'에서의 솔직 발언으로 포털들의 검색어 1위에 오른 게 큰 효과를 냈다.
문소리에 앞서 한예슬은 로맨틱 코미디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스크린에 데뷔하며 역시 강호동 앞에 방석을 깔고 앉았다. '무릎팍'에서의 그녀에 대한 시청자 호응도는 높았지만 흥행은 실패했다. 그나마 한예슬의 '무릎팍' 출연으로 인지도를 크게 높인 덕분에 전국 50만명 관객을 넘어섰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영화감독 3명이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복면달호’ 제작자 이경규를 비롯해 주연 배우들의 게스트 등장까지 합한다면 기록은 더 올라간다. ‘영화 홍보에는 무릎팍 도사가 최고’라는 약방문이 충무로에 내걸릴만 하다.
대박의 조짐은 지난 여름 심형래 감독이 이 프로에 출연하면서 일기 시작했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인 제작비 300억원 블록버스터 '디워'의 개봉을 앞둔 심 감독은 무릎팍 도사를 찾아가 그동안의 고생담을 하소연하며 진한 눈물을 흘리고 돌아갔다. 이 때부터 ‘디워’와 심 감독에 대한 인터넷 여론이 적극적 동조로 들끓었고 전국 800만명 관객을 동원하는 기초를 닦았다.
이어 ‘친구’의 곽경택 감독도 추석 대목에 맞춘 자신의 새 멜로영화 ‘사랑’ 개봉을 앞두고 도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의 그늘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고 했고 “빚이 있어 이번 영화가 잘돼야 한다”는 소망도 빌었다. 도사의 신통력이 빛을 발했는 지 ‘사랑’은 추석 연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렸다.
코미디의 귀재 장진도 강호동을 만났다. 도사를 찾은 그는 “왜 직접 연출한 작품은 흥행이 안되나”라는 아픔을 고백했다. 자신이 극본을 쓴 ‘웰컴 투 동막골’ 등은 820만명을 끌어모으며 흥행 신화를 썼지만 ‘거룩한 계보’ 등 메가폰을 든 영화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우연의 일치일까. 장 감독이 각본을 쓴 코미디 ‘바르게 살자’는 경쟁작 ‘궁녀’ ‘레지던트 이블3’ ‘행복’ 등을 누르고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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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도사' 이경규 출연 장면,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