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 인기 예능프로의 마니아 팬들 사이에서 서로를 비난하며 공격하는 이상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자신이 즐겨보고 좋아하는 예능프로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현재 마니아 팬을 가장 많이 보유한 예능프로에는 MBC '무한도전'이 손꼽히고 있다. 한자릿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못했던 수년 전부터 꾸준히 '무한도전'을 지켜온 일부 팬들의 충성심은 방송가에서 유명하다. '무한도전'이 전국 시청률 20%대를 돌파하고 인기 예능 1위 자리를 확실히 한 데는 이들의 무한 공헌이 큰 역할을 했다.
'무한도전'의 인기는 또 그 안에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노홍철 등 6인 멤버 각각의 선호도로 나눠진다.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의 출연 분량이 적어지면 이에 대한 항의글을 게시판에 올리는 소극적 지지가 있는 가 하면 상대 멤버들에게 악플을 다는 행위조차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의 경쟁 프로를 상대할 때는 무서울 정도의 단결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국내 최초의 리얼버라이어티쇼를 내세우는 '무한도전'이 무서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SBS와 KBS는 지난해부터 비슷한 포맷의 경쟁 프로를 속속 선보였다. 대표적인 프로가 '라인업'과 '1박2일'. 이들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며 '무한도전'에 비해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역시 마니아 팬층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무한도전' 마니아들의 맹목적인 지지에 거부감을 느껴 이탈한 시청차들이 일부 가세했다.
그렇다보니 인터넷 상에서는 '무한도전' 대 '라인업', '무한도전' 대 '1박2일' 식의 대결 구도가 형성돼 각각의 경쟁프로 기사에 악플로 도배하고 이에 대응하는 소모전이 펼쳐지고 있다. 마치 1980, 90년대 인기 댄스그룹 소녀 팬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원색 대결의 재방송을 보는 느낌이다.
이같은 예능프로 마니아 팬들의 상호 비방이 안전 수위를 넘으면서 경찰 고발 상황까지 이르렀다. SBS ‘라인업’ 제작진 측은 11일 ‘서해안을 살리자’ 조작 논란과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글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절차를 관계 당국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태안으로 자원 봉사를 떠났던 ‘라인업’에 대해 방송 조작 등을 암시하는 각종 비방 글이 달리자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번의 악플 고소 사태는 경쟁 프로를 비방하는 예능프로 마니아들의 인터넷상 댓글 전쟁이 낳은 부작용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신이 즐겨보는 프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처럼 경쟁 프로에 대한 배려에도 신경쓰는 게 마니아 팬으로서의 자세일 것이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바람이다.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