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출 것은 다 갖췄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21)이 안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필요한 여건들이 최상의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있다. 최근의 트렌드에서 빛나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5년만에 안방 나들이를 한다.
우선 눈길을 끄는 요소는 사극이라는 장르다. 요즘 방송가 정서는 ‘멜로를 할 바에는 차라리 사극을 하라’는 게 정설이다. 실제 지상파 방송사에서 다뤄지고 있는 사극들은 말 그대로 르네상스다. 기존의 정통 사극에서 업그레이드 된 여러 버전의 사극장르들이 대부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면서 그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최근 흥행작만 따져도 ‘주몽’ ‘태왕사신기’ ‘대조영’ ‘이산’ ‘쾌도 홍길동’ ‘대왕 세종’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문근영이 선택한 ‘바람의 화원’도 기본적으로는 사극의 구조를 가졌다. 조선후기 천재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삶과 그림이 드라마의 핵심 소재다.
여기에 미스터리의 구조가 가미돼 있다. 원작 소설 자체가 특별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신윤복의 베일에 싸인 삶은 다루고 있다. 그 삶과 그림 속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집중적으로 해부한다. 미스터리는 영화 드라마 소설에서 각광받는 전통적 재료이기는 하지만 요즘 들어 더욱 그 효용이 빛나고 있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이산’이나 ‘대왕 세종’에 옅게 깔려 있는 배경도 역시 미스터리다.
‘바람의 화원’에서 문근영이 맡은 신윤복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비밀을 밝히기 위해 도화서 화원이 되는 인물로 그려진다. 천재화가 신윤복의 그림 속에서 미스터리적 요소를 찾아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사극과 미스터리의 결합에다 문근영 개인의 매력이 빛나게 될 또 한가지 요소가 보태진다. 바로 남장여인이다. 최근의 사극과 현대극에서 탐닉하고 있는 여성 캐릭터의 매력은 바로 중성미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가 그랬고 ‘태왕사신기’의 이지아, ‘쾌도 홍길동’의 성유리가 대동소이한 이미지로 어필했거나 어필하고 있다.
문근영이 택한 캐릭터 또한 남장 여인이다. 의문의 남자에게 살해 당한 화공 서징과 가야금 실력이 출중한 당대의 명기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으나 비극적인 사건에 연루되면서 도화서 화원 신한평의 아들로 살아가게 되는 인물이 문근영이다. 따라서 극에서 문근영은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르고 등장한다.
남장 여인은 ‘국민 여동생’에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려 하는 문근영에게 과도기적 캐킥터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성유리가 ‘쾌도 홍길동’를 통해 벗고 있는 ‘공주 이미지’도 그런 전략의 연장선에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문근영은 가장 효과적인 작품 선택은 했다고 보여진다. 남은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울 수 있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갖출 것인가 성찰하는 배우의 고민이고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를 미련 없이 강물에 떠내려 보낼 수 있는 시청자들의 여유로운 마음가짐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