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뺀' KT도 떳떳하지는 못하다
OSEN 기자
발행 2008.01.11 12: 29

결국 현대 유니콘스가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였다. 현대를 모태로 야구단 창단을 추진하던 KT가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안된다. KBO가 애초 얘기했던 것들을 지키지 못했다’며 전면 백지화, 프로야구가 18년 만에 ‘7개 구단 체제’로 후퇴하게 생겼다.
KT의 야구단 창단 백지화의 1차적인 책임은 협상력을 발휘치 못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있다. KBO는 ‘KT 외에는 대안이 없었고 시간도 없었다’며 헐값 매각 논란에 항변하고 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KBO에만 전적으로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KT도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지만 야구계가 도저히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요구도 있었다. 현재 잠실구장을 공동 사용하고 있는 기존 서울 연고 구단인 두산과 LG와 함께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목동구장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자세였다.
잠실구장에서 최소한 18게임을 치를 수 있도록 요구, 기존 구단들을 당혹케 했다. 월요일 외에는 비는 날이 없는 잠실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KT 관계자는 이사회를 갖기 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구장 공동사용 문제와 신인 드래프트 우선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등 기존 구단들을 무시하는 무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도 창단 백지화의 한 요인으로 밝혔다.
또한 당초 합의했던 ‘가입금 60억 원’에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며 기존 구단들을 압박했다. 재계 7위의 대기업이라는 기업 위상에 걸맞지 않게 융통성 없는 운영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모든 것을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체제로 주인 없는 기업의 한계를 노출한 셈이다.
기존 구단들이 이사회에서 ‘KT 창단을 전폭 환영한다. 더 성의를 보여주기를 촉구한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KT는 수용치 않았다. 기존 구단들은 ‘어차피 신규회원이 되고 서울 연고 구단이 되면 동업자로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달라’는 요구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T도 서울 연고 구단이 되면 추후 신생구단이나 지방구단이 서울 입성을 원할 때 영업권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서울 입성금을 어느 정도 감수할 것을 기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제 KT는 야구계와는 인연을 끊겠다고 선언했고 8개 구단은 하루 빨리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연말연시를 뜨겁게 달궜던 KT의 프로야구단 창단 추진, 결말은 씁쓸한 뒷맛만을 남긴 채 장막 뒤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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