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11일 대구실내체육관은 한바탕 축제의 장이었다. 대구 오리온스가 전주 KCC에 93-90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1연패에서 탈출한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2000여 대구 홈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주인공은 프랜차이즈 스타 김병철도, 최고 인기스타 김승현도 아니었다. 바로 2년차 ‘토종 빅맨’ 주태수(26·200cm)였다. 이날 주태수는 개인 최다인 21점을 올린 이현준과 함께 팀 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이었다.
주태수는 25분48초를 뛰며 19점·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19점을 기록한 이후 시즌 최다 득점을 다시 한 번 달성했다. 하지만 40분 풀타임을 소화한 당시와 달리 이날 경기는 출전시간이 보다 적었다는 점에서 값어치가 컸다. 특히 외국인선수가 한 명만 뛰는 2·3쿼터에만 무려 17점을 집중시켰고, 수비에서도 KCC 서장훈을 14점으로 막아내는 등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대역전극의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고려대를 졸업한 주태수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오리온스에 지명됐다. 데뷔 첫 해였던 지난 시즌 평균 3.0점·2.9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당초 신인왕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지만, 사상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 자유계약제 외국인선수들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54경기 중 42경기를 뛰었고, 출전시간은 경기당 평균 14.3분밖에 되지 않았다. 서장훈이 있는 서울 삼성이나 김주성이 있는 원주 동부 등 장신 팀들을 상대할 때만 확실한 출전시간을 보장받았다.
올 시즌에도 초반에는 좋지 못했다. 같은 포지션에 ‘특급 신인’ 이동준이 들어오면서 입지가 다소 축소됐다. 외국인선수들의 계속된 부상을 틈타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려갈 때에는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입었다. 올 시즌 출전시간은 15.7분으로 조금밖에 늘지 않았고 개인기록도 평균 5.3점·2.9리바운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KCC전에서 모든 악재를 털어내는 결정적인 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입증했다. 오리온스 김상식 감독대행은 “선수 전원이 모두 잘해주었지만, 그 가운데 굳이 일등공신을 꼽자면 이현준과 함께 주태수”라며 주태수의 활약에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김상식 감독대행은 주태수에 대해 “키도 크지만, 플레이를 영리하게 할 줄 안다. 대학무대에서 알아준 정통 센터가 아니었나”며 주태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주태수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농구를 센스있게 하는 편이다. 다만 발이 느리고 움직임이 세련되지 못한 탓에 우둔하게 보일 뿐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승현과의 2대2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한편 미스매치에 이어 상대의 디나이 수비를 역이용해 골밑에서 손쉬운 득점을 올렸다. 김승현의 송곳 같은 패스도 컸지만, 주태수의 기민한 움직임이 없었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고감도 플레이들이었다. “공격에서 움직임도 좋지만 수비에서 헬프 같은 움직임도 좋다. 또 많은 슛 연습을 통해 슛 감각도 좋아졌다. 이제는 미들라인 슛도 정확하다”는 것이 김상식 대행의 말이다.
김상식 대행은 “앞으로 이동준과 함께 주태수를 번갈아가며 효과적으로 운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종아리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리온 트리밍햄과 신장이 작은 숀 호킨스, 두 외국인선수 탓에 골밑 높이 싸움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오리온스지만 주태수의 재발견으로 탈꼴찌와 함께 향후 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지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