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구단 체제가 불러올 재앙들
OSEN 기자
발행 2008.01.12 09: 02

프로야구판에 대재앙이 밀려들 조짐이다.
지난 11일 KT의 프로야구단 창단이 백지화됨으로써 2008 프로야구는 7개 구단 체제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쌍방울 레이더스가 출범하기 전인 18년 전으로 퇴보하게 됐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빚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근간을 흔드는 대재앙이 불어 닥칠 수도 있다.
▲웨이버공시와 KBO 자금난
당장 다음주 KBO 긴급이사회에서 8개 구단 존속 문제를 논의한다. 여기에서 현대 퇴출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오는 20일 웨이버 공시에 들어간다. 모든 선수들이 웨이버 공시되고 나머지 7개 구단이 선수들을 낙점한다. 전년도 성적을 기준으로 순위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내고 인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KBO는 웨이버 공시를 통해 현대에게 지급보증한 131억 원을 회수하게 된다. 그러나 알짜급 선수는 10여 명에 불과해 전액 회수가 힘들다. 나머지 금액은 고스란히 KBO가 메워야 한다.
▲실업자 양산
더욱이 현대 선수와 직원들 태반이 실업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웨이버공시를 통해 기껏해야 20명 정도가 새로운 직장을 얻는다. 더 많이 뽑더라도 궁극적으로 타구단의 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진다. 모두 적자에 허덕이는 구단들도 선수단 규모를 불릴 수 없다. 그나마 선수들은 낫다. 이 와중에 프런트들은 모두 직장을 잃게 된다. KT가 인수했다면 모두 살아남았을 사람들이다.
▲경기수 축소
7개 구단으로 시작된다면 당장 한 팀이 경기가 없게 된다. 작년까지는 팀간 18경기씩 총 504경기가 벌어졌다. 그러나 7개 구단 체제에서는 팀간 경기는 늘겠지만 시즌 일정의 한계 때문에 지금처럼 504경기를 벌일 수가 없다. 7개팀이 504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168일이 필요하다. 8개 구단 체제에서는 126일이 필요했다. 더욱이 우천 연기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추가 일정이 필요하다. 전체 경기를 감안하면 대략 70~90경기 정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흥행 부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는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는 500만 관중까지 노리고 있다. 그러나 경기수 축소가 불가피해지면서 관중수도 대폭 줄어든다. 다시 200만 관중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판 자체가 대폭 축소되는 것이다. 특히 큰 수입원 중 하나인 중계권료와 타이틀 스폰서료도 대폭 하락될 것으로 보인다. 1개 구단이 없어진다고 단순히 파이의 1/8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야구 저변 위축
더욱 치명적인 것은 프로야구판의 축소가 전체적인 야구 저변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학생 야구팀들이 줄줄이 해체되고 있다.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로야구단이 7개로 줄어들면 프로야구 위기론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학생야구도 더더욱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유소년야구까지 공멸의 상황까지 빚어질 수 있다. 당신이 부모라면 희망이 없는데 야구를 시킬 것인가.
▲제2의 현대
지난 1년 내내 프로야구는 현대 파문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농협, STX, KT에 이르기까지 인수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야구단의 가치는 땅으로 떨어졌다. 공짜로 줘도 안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매년 적자 규모가 100억 원이 넘기 때문이다. 그룹의 결속력과 홍보효과 때문에 유지하고 있지만 내심 밑빠진 독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7개 구단 축소는 필연적으로 야구단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자칫하다간 추가로 야구단을 접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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