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슬픈 가장’ 손현주, 눈물의 끝은?
OSEN 기자
발행 2008.01.12 11: 07

단 몇 분만에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배우가 있다. 감수성이 일반인보다 몇 배나 뛰어난 이들이 모이는 직업군이다 보니 순간적으로 눈물을 잘 흘리는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와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단 몇 분만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눈물을 주르륵 흘리게 만드는 배우라면 어떨까. 뛰어난 배우들이 여럿 있지만 최근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는 배우 중에 손현주(43)가 있다.
SBS TV 주말드라마 ‘조강지처 클럽’(문영남 극본, 손정현 연출)에서 손현주가 연기하고 있는 ‘길억’이라는 인물이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길억’은 문영남 작가의 위트가 숨어 있는 인물명이다. 연음 되어 나는 소리 ‘기러기’를 상징하는 말이다.
길억은 극중에서 기러기 아빠다. 미국으로 조기유학 간 아들과 아내를 위해 시쳇말로 뼈가 부서져라 일했다. 한때는 번듯한 사업체를 꾸리기도 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사채를 써야 할 지경이 됐는데도 유학간 가족 뒷바라지에는 아쉬움이 없게 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건강도 나빠져 위암 수술까지 하게 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아내와 아들을 귀국시켰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차가운 배신이었다. 허영기 많은 아내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급기야 옛 사랑과 바람까지 나버렸다. 아들 또한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해 길억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최근 방송 분에서 길억의 처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막다른 골목까지 몰린 고단한 가장이다. 흔히 이런 경우에 취할 수 있는 선택이 몇 없다. 결국 있어서는 안될 비극적인 시도를 한다.
12, 13일 방송될 ‘조강지처 클럽’ 29, 30회분에서는 길억의 눈물이 최고조에 이른다.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길억이 한강에 투신하는 장면이 방송되기 때문이다. 매우 자극적인 설정이기는 하지만 ‘비현실’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수도 없는 현실이 또한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내 정나미(변정민 분)와 정식으로 이혼한 길억은 아들 인표와 함께 목욕탕에 들른다. 아내와 아들을 다시 미국으로 보내기로 하고 남은 전 재산을 정리한 길억은 어느새 훌쩍 커버린 인표를 껴안아주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이윽고 검은 양복 한 벌만 남겨둔 채 짐을 정리한 길억은 마지막으로 아버지 산소에 들러 목놓아 울다 “곧 찾아 뵙겠다”고 작별인사를 고한 후 한강다리로 향한다.
손현주의 투신 장면은 지난 달 28일, 개통을 앞둔 일산대교에서 촬영됐는데 모진 바람과 추위 탓에 분위기는 더욱 을씨년스러웠다고 한다. 남을 울릴 줄 아는 배우 손현주가 보여줄 연기는 ‘기러기 아빠’의 슬픈 현실이자 우리 시대 가장의 답답한 자화상이라 괜스레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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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 클럽’에서 기러기 부부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손현주와 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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