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SBS에서 폭행사건을 일으킨 유동근은 MBC 드라마에서 연기자로 복귀하고 MBC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가라오케 불법영업 논란을 일으킨 정준하는 SBS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이 스캔들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미지 훼손 때문이다. 이미지가 곧 상품이기 때문에 치밀하면서도 전략적으로 관리되는 게 연예인 이미지다. 한번 스캔들에 휘말리면 즉각적으로 CF에서 반응이 나타나고 그들을 바라보던 대중들의 눈에도 색안경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해당 연예인은 일정 기간의 휴지기를 갖는 게 상례다. 훼손된 이미지를 시간의 힘으로 치유하기 위함이고 도덕적인 결함이 있을 때는 자숙의 방편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멀지 않은 시간에 사회적으로 반향이 큰 사건을 겪은 유동근과 정준하의 향후 활동 방향과 시기는 세인의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별 일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활동을 펼치려는 움직임이 문제의 사건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일고 있다.
SBS 사극 ‘왕과 나’의 제작 스태프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유동근은 MBC 새 월화 드라마 ‘에덴의 동쪽’으로 활동을 재개할 기미를 보이고 있고 정준하는 SBS 새 금요드라마 ‘우리 집에 왜 왔니’ 출연이 확정적이라는 소식이다.
연예인이 여러 분야에서 활동에 열심인 것은 당연하다. 우려되는 바는 바로 ‘불감증’이다. 그들은 연예인, 즉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는 이들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는 ‘약간’ 더 가혹한 제약이 따른다. 사회 정서에 끼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따라서 복귀 과정에도 최소한의 모양새가 필요하다. 그래야 일반인은 해당 연예인과 생활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지만 싸잡아 욕도 한바탕 퍼부을 수 있는 것이고 거꾸로 연예인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쏟아지는 무형의 관심을 금전으로 환산한 보상(출연료)을 떳떳이 받을 수 있다. 최소한의 자숙의 시간이나 절차도 없이 버젓이 활동하고 다니는 것은 썩 보기가 좋지 않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SBS의 태도다. 유동근이야 오래 전부터 기획해왔던 드라마의 주연배우일 터니 시기적으로 불가피한 면이 있다 치더라도 정준하가 꼭 그 드라마에 나와야 될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준하는 본업이 연기자도 아니고 그가 없다고 엎어질 성질의 드라마도 아니다.
혹 잘나가는 ‘무한도전’의 팀워크를 깨기 위한 전략인가? 아니면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잘 조탁된 바보 이미지를 그대로 업어오겠다는 심산인가?
유동근의 MBC 출연을 둘러싸고 한국 PD연합회가 유감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그게 방송가의 정서다. SBS PD협회도 곧바로 ‘강력 대처’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남의 눈에 티끌은 잘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SBS PD협회는 아닐텐데….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