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예사롭지 않은 전력 보강이다. 네임 밸류만 놓고 볼 때는 분명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선임, 대변신을 꾀하고 있는 롯데가 외국인선수 보강에 있어서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마티 매클레리를 선발 요원으로 영입한 롯데는 지난 14일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10시즌을 뛴 좌투좌타 외야수 카림 가르시아(33)를 총액 30만 달러에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이대호와 여덟난장이’로 명명된 롯데 타선은 가르시아라는 새로운 거인을 받아들이며 가을을 향해 본격적인 진군을 알렸다. ▲ 호세 이후 최고 경력 롯데 사상 최고의 외국인선수는 두 말할 것도 없이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다. 호세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11시즌을 소화한 선수로 특히 199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에는 올스타에도 선정됐을 정도로 뚜렷한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롯데서 화려한 경력을 지닌 외국인선수를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오죽했으면 호세가 마흔이 넘었을 때까지도 번번이 진한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였다. 물론 2006년 호세는 이대호와 함께 중심타선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으나 이미 전성기를 지난 상태였고 지난해 시즌 중 퇴출되고 말았다. 물론 롯데에 메이저리그 경력 외국인타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데릭 화이트, 로베르토 페레즈, 라이온 잭슨, 킷 펠로우, 브라이언 마이로우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경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50경기 이하에만 출장한 선수들로 뚜렷한 실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롯데로 오기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9경기를 뛴 것이 고작이었던 마이로우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30대 중반으로 기량이 정점에서 내려오는 시점에서 한국으로 온 상황이었다. 하나같이 기본은 해냈으나 확실한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끈한 롯데 팬들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경력만 놓고 볼 때는 호세 이후 롯데에 입단한 최고타자라 할 만하다. 가르시아는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 동안 488경기에 출장해 통산 타율 2할4푼1리·66홈런·212타점·180득점을 기록했다. 롯데에 입단한 타자들 중에서는 747경기서 통산 타율 2할8푼에 54홈런 324타점 322득점을 기록한 호세 다음으로 메이저리그 성적이 풍부하다. 출장 경기수가 259게임 적음에도 홈런수는 12개가 더 많다. 덤으로 가르시아는 일본에서 미리 동양야구를 경험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 오릭스 바펄로스에서 활약했다. 19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1리·34홈런·97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 11시즌 동안 1120경기에서 기록한 타율 2할7푼9리·213홈런·762타점과 비슷한 수준. 일본에서 기록한 출루율(0.327)과 장타율(0.477)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출루율(0.336)·장타율(0.513)과 대동소이하다. 가르시아는 메이저리그-일본을 거친 첫 롯데 외국인 타자이기도 하다. ▲ 롯데에 적합한 타자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선수 경력은 참고사항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못한다. 타자들의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롯데가 그동안 절실하게 원한 스타일의 타자라는 점에서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가르시아는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대타 요원으로 활약했다. 특히 2002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에는 51경기에서 16홈런을 터뜨렸을 정도로 남다른 일발 장타력을 갖추고 있다.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이 5할이 넘는다는 것 자체가 장타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음을 나타낸다. 상대적으로 대형구장이 많은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2년간 191경기에서 34홈런을 친 것도 긍정적인 대목. 2005년 8월에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첫 2경기 연속 3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롯데에 가장 부족한 부분이 장타력이었다. 지난해 팀 장타율은 전체 4위(0.377)였지만 팀 홈런은 전체 7위(76개)에 그쳤다. 구장이 크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대호를 제외하면 확실한 파워로 큰 것 한 방을 터뜨려 줄 타자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난해 롯데는 팀 타율 2위(0.270)를 차지할 정도로 타격이 심각하게 나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소총수가 많았을 뿐 확실한 일발 장타로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화끈한 타자가 없었던 것이 흠이었다. 물론 이대호가 있었지만 그는 무려 25개의 고의4구를 기록할 정도로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다. 하지만 장타력을 갖춘 ‘왼손 거포’ 가르시아가 이대호의 뒤를 잘 뒷받침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물론 가르시아에게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330삼진-81볼넷, 마이너리그에서 966삼진-361볼넷을 기록할 정도로 볼을 고르는 선구안 능력이 떨어진다. 밀리 빈의 머니볼 이론에 따르면 선구안은 타고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가르시아의 선구안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2년간 151삼진-47볼넷을 기록했다. 고의4구 6개를 제외하면 삼진-볼넷 비율은 극악으로 향한다. 하지만 큰 스윙으로 투수를 윽박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심타자로는 적격이다. 지난해 멕시칸리그에서도 76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7푼4리·20홈런·63타점으로 건재를 알렸다. 물론 ‘타고투저’의 멕시칸리그 성적은 전적으로 받아들일 것은 아니다. 33살로 나이가 다소 많지만 큰 걱정거리는 안 된다. 지난해 33살이었던 현대 클리프 브룸바는 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활약을 펼쳤다. 브룸바는 또다른 면에서 가르시아의 비교 대상이 된다. 2005~2006년 2년간 일본에서 함께 활약한 경험이 있다. 브룸바가 일본에서 2년간 171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타율 2할5푼5리·24홈런·69타점으로 가르시아에 떨어진다. 출루율(0.320)·장타율(0.422) 모두 가르시아와 비교할 때 모자란다.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면 브룸바에 필적할 만한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롯데는 지난해 페레즈를 영입하기 전 영입을 시도했을 정도로 가르시아는 기량을 인정받았다. 외야 수비가 걱정으로 대두되지만, 일본에서 2년간 실책이 3개로 크게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외국인 감독 로이스터가 있는 만큼 적응 속도도 훨씬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