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동네북이다. 1년 사이에 3번씩이나 현대 매각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야구계의 온갖 치부를 다 드러냈으니 욕먹을 만도 하다. KBO도 나름대로 항변하고 있지만 구단과 언론, 그리고 일부 야구계 인사들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비난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구단과 야구계 인사들은 KBO의 무능력을 비난하면서 구단들의 엄청난 적자 해소의 한 방안으로 방송중계권료를 구단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처럼 KBO가 방송중계권료를 KBO 운영 예산으로 전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들이다. 일부 구단들은 현재 연간 100억 원 정도인 중계권료를 구단들이 협상하면 그 이상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KBO는 “중계권을 구단에 돌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방구단들은 이를 원하지 않고 있다. 이미 중계권을 구단 자체적으로 운영했을 때 나온 폐해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KBO측이 항변하는 이유는 지방구단들은 중계권을 특정 방송사에 팔아 올리는 수입보다 그 방송사에 협찬하는 금액이 더 많은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 년 전 지방의 모 구단이 지방 방송사와 계약을 맺었다가 더 많은 방송 협찬으로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고 한다. 또 소위 ‘그림이 되는’ 서울, 부산, 인천을 제외한 구장들은 방송사로부터 제대로 중계권료를 받아내기 힘들다는 점도 구단에 중계권을 맡길 수 없는 한 요인이다. 관중이 많고 야구장이 큰 서울 구단들과 달리 지방 구단들은 낡고 협소한 야구장과 적은 관중으로 방송사로부터 제대로 된 중계권료를 받아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이유에서 구장과 시장이 작은 지방구단들은 중계권을 구단에 돌려달라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고 있다. 중계권 협상에서 불리한 지방구단들은 중계권을 나누자는 서울 구단들에 대해 ‘우리가 원해서 지방에 있는 것이냐’며 항변한다. 다른 프로스포츠처럼 서울을 공동연고로 놓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연고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지방구단들도 현재처럼 KBO가 중계권료 대부분을 KBO 예산으로 전용하기보다는 일부를 구단에 이익금으로 돌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KBO는 현재의 8개 구단 체제 이상이 유지되면서 프로야구가 활성화 되면 중계권료도 당연히 더 많아져 구단들에게 이익금을 나눠줄 수 있다는 자세이다. 중계권을 구단들에게 준다면 중계권료를 많이 받을 서울 구단들의 수입에 상한선을 두고 그 이상의 중계권 수입은 지방구단에 나눠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설령 KBO가 중계권을 구단들에게 돌려준다 해도 문제는 생긴다. KBO라는 기구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이다. 현재 KBO의 주수입원이자 운용예산인 중계권료, 타이틀스폰서료 등을 다 구단에 나눠주고 난 후 KBO는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이다.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에 KBO는 구단들의 회비 출연으로 1년 예산을 짜고 운영됐다. 당시에는 중계권료라는 개념이 크지 않던 시기로 KBO는 구단들이 내는 일정액의 회비로 운영됐다. 하지만 당시 일부 구단들은 회비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KBO 직원들의 급여가 밀린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중계권료 등을 가져가고 회비도 내지 않는다면 프로야구 총괄기구인 KBO를 없애자는 주장과도 같다. 예전처럼 일정액의 회비를 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최근 현대 살리기 차원에서 회비 지원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일부 구단에서는 “적자 나는 야구단에서 증여세 등의 문제가 있어 지원할 수 없다”며 발을 빼기도 했다. 총괄기구인 KBO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해서 없앤다면 모를까. 필요성이 있어 운영해야 한다면 KBO에 대한 제대로 된 운영방안과 함께 중계권료 등을 요구해야 한다. 무조건 KBO가 방만하다며 구단이 적자투성이니 중계권료를 돌려달라는 논리만 내세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현대의 공중분해 위기로 프로야구가 7개 구단 체제로 퇴보 직전에 놓인 가운데 KBO와 일부 구단들의 ‘중계권료 줄다리기’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