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일까. 서울 SK가 단단해지고 있다. 예년처럼 부상 악재가 겹치고 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SK는 주전급 선수들이 차례로 부상을 당한 와중에도 6시즌 만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해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12월 초 전희철이 무릎 부상을 당한 SK는 같은 달 중순 방성윤이 무릎 인대 파열을 당해 장기결장하고 있다. 포인트가드 김태술마저 허리 부상으로 3경기를 결장하고 복귀했다. 하지만 SK는 위기에서 똘똘 뭉치고 있다. SK는 방성윤이 빠진 이후 10경기에서 5승5패로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김태술이 빠진 3경기에서도 2승1패로 선전했다. ▲ 벤치멤버의 힘 SK가 단단해지고 있는 데에는 벤치멤버들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전희철·방성윤·김태술이 빠진 자리에 김재환·문경은·김학섭이 돌아가며 공백을 메우고 있다. 김재환은 당장 전희철의 자리를 밀어낼 수 있을 정도로 팀 내 제1의 백업빅맨으로 성장했고, 문경은은 프로농구 2번째 고령(37세)임에도 자신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몸소 입증하고 있으며 김학섭은 잃어버린 고교 시절 천재가드 명성을 되찾기 위해 1분·1초를 소중히 했다. 이들 외에도 노경석·정락영·김기만·김종학 등 포인트가드부터 빅맨까지 포지션별로 매우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고 있다.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지명된 신인 김재환은 궂은 일에 전념하는 전형적인 블루워커형 빅맨으로 팀의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매김했다. 평균 2.3점·3.4리바운드로 기록은 크게 돋보이지 않지만 경기당 17.5분이라는 적지 않은 출전시간을 얻을 정도로 코칭스태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문경은은 방성윤이 빠진 이후 10경기에서 평균 15.3점을 올리며 노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폭발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 SK는 벤치 득점이 19.8점으로 이 부문에서 당당히 전체 2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에는 13.8점으로 전체 8위에 불과했다. ▲ 외국인선수 효과 SK는 2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안양 KT&G, 전주 KCC, 창원 LG와 함께 외국인선수를 교체하지 않은 팀이었다. 하지만 SK는 3라운드 시작과 함께 트래비스 개리슨을 퇴출하고, 자시 클라인허드를 영입했다. 그리고 4라운드 초반에는 래리 스미스를 퇴출하며 브랜든 로빈슨을 영입했다. 드래프트에서 직접 지명해 데려온 스미스-개리슨 조합은 팀 조직력을 해치지 않는 정도를 지켰으나 골밑에서 상대에 위협이 되지 못했다. 결국 SK는 2라운드까지 버틴 후 단계적으로 외국인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클라인허드-로빈슨 조합으로 치른 5경기 성적은 3승2패로 괜찮다. 특히 독특한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클라인허드가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3라운드부터 합류, 16경기에서 17.8점·9.9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클라인허드는 더블-더블을 찍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외국인선수다. 어시스트도 3.4개나 된다. 입단 초와 달리 볼을 밖으로 빼주는 능력이 향상됐다. 골밑서 ‘비비는’ 능력도 탁월하다. 클라인허드 영입 후 SK는 높이 콤플렉스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또한, 적응 과정에 있는 로빈슨은 5경기에 출장해 평균 15.0점·8.2리바운드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탄력이 좋고 스피드가 좋아 SK의 높이와 함께 스피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 탄탄한 수비 조직력 SK는 방성윤이 빠진 이후 10경기에서 상대팀을 평균 77.8실점으로 막아내고 있다. 그 이전 24경기에서는 평균 84.3실점을 허용한 SK였다. 평균 실점을 무려 6.5점이나 낮췄다. 방성윤이 다치기 전 2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속공 3.9개를 기록한 SK는 이후 10경기에서 오히려 경기당 평균 속공이 4.1개로 늘어났다. 변함없이 공격 템포가 빨랐음에도 평균 실점이 낮았다는 것은 수비 조직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난 시즌까지 SK는 방성윤이 빠져도 수비에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지난 시즌 SK는 평균 84.9실점으로 이 부문에서 뒤에서 2번째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다르다. 수비 조직력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전문수비수 이병석의 가세로 상대 주득점원도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할 때 SK의 가장 달라진 점도 수비 조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종전 SK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올코트 프레싱을 펼칠 정도로 수비 조직력이 끈끈해졌다. 지난 13일 원주 동부전에서는 비록 석패했지만 2점차 승부를 벌였고, 15일 KCC전에서도 기습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순간적인 올코트 프레싱이 그대로 먹혀들었다. 이 같은 수비 조직력의 강화는 김진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의 힘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