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는데 자꾸만 살이 빠져요.’살을 빼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통통녀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분명 부러움을 넘어서 ‘몰매’를 맞을 수도 있는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정말 많이 먹는데도 살이 쪽쪽 빠진다면? 그것도 살이 찌는 스트레스 못지않게 엄청나다. 직장인 나혜원(26세, 가명)씨는 주위에서 자주 듣는 소리가 정해져 있다. ‘먹는 게 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가 바로 그 것. 누가 봐도 남들보다 월등히 많이 먹는 그녀지만 살이 찌기는커녕 오히려 빠지니, 보는 사람들로서도 나 씨 자신도 신기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답답한 마음에 병원을 찾은 나 씨. 진단 결과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었다. 나 씨는 평소 ‘먹는 즉시 화장실로 직행’하곤 했다. 습관처럼 늘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히 살이 찔 수 없는 것. 자주 배가 아프거나 언제 어디서 화장실을 가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은 늘 ‘긴장’ 상태이다. 혹시라도 화장실이 없는 곳에서 배가 아플까봐, 화장실에 사람이 너무 많을 까봐 이런 저런 걱정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누구나 배가 아프면 예민해지는데, 늘 이렇다면 자연히 자신도 모르게 신경이 예민해진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게 되고, 흥분을 잘 하게 되는 것이다. 주위에서 사소한 일에 골똘이 생각하거나 ‘확’ 화를 내는 사람들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그런 이유로 살이 찌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렇게 불쑥불쑥 화를 내니 살이 찌면 이상하다’라는 이야기,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마른체형의 사람들에게 많이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씨의 경우처럼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갑상선에 이상이 생기면 변이 묽어지고 대변 횟수도 늘어나게 된다. 설사도 잦기 때문에 먹은 즉시 화장실에 가는 일이 다반사. 자연히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찌지 않게 되고, 자주 배가 아프기 때문에 신경은 점점 예민해져 ‘화를 잘 내는 사람’, 혹은 ‘예민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다. 즉, 모든 증상의 끝에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는 원인이 있는 것이다. 백암한의원 유용구 원장은 “갑상선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갑상선중독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 때문에 갑상선호르몬의 합성이 증가되고 혈중의 과도한 호르몬으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20세이상, 50세 이하의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가만히 있어도 과도한 갑상선호르몬 때문에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이 생기기 때문에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올바른 치료를 통해 금방 회복될 수 있다. 유 원장은 여러 가지 치료 유형과 음식, 심리, 운동 치료등을 병행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전한다. 유 원장은 “치료 중에는 커피나 술, 매운 음식 등 신경에 자극을 주는 음식은 삼가야 한다” 고 조언했다. [OSEN=생활문화팀]ose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