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프로야구, '연봉 거품' 빠질 것인가
OSEN 기자
발행 2008.01.17 08: 57

현대 사태로 프로야구의 허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운데 선수들의 높은 연봉도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오늘날 프로야구단들이 적자 구조를 키워 온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2000년대 들어 부쩍 불어난 선수 몸값이었다. 구단들 스스로 눈앞의 성적에 연연해 선수 몸값을 올리며 자업자득의 결과를 만들었고, 선수들도 ‘누구보다는 더 받겠다’며 자존심 경쟁으로 덩치를 키웠다. 현대 사태가 불거지면서 여기저기서 ‘거품을 빼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연봉은 과연 거품이 빠졌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대를 제외한 7개 구단들이 대부분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연봉협상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규정 이상의 삭감조치도 취하며 칼바람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아직도 선수 자존심을 세워준다며 ‘최고 대우’ 경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거품을 빼는 징조들 대표적인 사례가 FA 계약을 맺고도 지난 2년간 부진에 빠졌던 KIA 이종범과 심재학의 연봉 계약이다. 지난 해 연봉이 2억 원을 넘었던 이들에게 KIA 구단은 규약상 최대 삭감폭인 40%를 넘어 60%까지 깎는 냉정함을 보였다. 5억 원을 받았던 이종범은 2억 원으로 깎였고 심재학은 2억 5000만 원에서 60%가 줄어든 1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KIA 구단이 선수 동의 하에 규정을 넘는 삭감액에 재계약을 맺은 것이다. 또 ‘대성불패’인 한화 마무리 구대성도 삭감의 칼날을 맞았다. 한화 구단은 지난해 부상으로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한 구대성과 25% 삭감된 4억7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한화 구단은 팀 내 연봉 고과 타자부문 1위인 김태균에게도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고 삭감액을 제시, 아직까지 결말을 짓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연봉 고과 1위 선수에게 삭감액을 제시하지 못했으나 달라진 연봉협상 풍토를 보여주고 있다. 연봉 고과 1위라고 해서 무조건 연봉을 올려주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 훗날 ‘FA 대박’을 노릴 만한 대형 스타들에 대한 대우는 여전하다. 구단들은 FA가 됐을 때 타구단의 영입을 어렵게 하기 위해 예비 FA 스타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대우를 해주곤 했다. 이것이 정작 FA 대박 계약보다도 더 선수들 몸값에 거품을 끼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올해도 ‘몇 년차 최고 대우’ 경쟁은 이어졌다. 삼성은 특급 마무리 오승환에게 역대 4년차 최고 대우를 해줬다. 지난해 1억3000만 원보다 69.2% 인상된 2억2000만 원에 연봉 계약을 했다.오승환은 지난해 3년생 최고연봉(1억3000만 원)에 이어 현대 조용준이 2005년 작성한 4년생 최고 연봉(2억 원)도 뛰어넘었다. 이에 질세라 한화는 ‘괴물 좌완’ 류현진에게 연봉 선물을 안겨줬다. 류현진은 지난해보다 무려 80%씩이나 오른 1억8000만 원에 재계약, 이전까지 3년차 최고 연봉이던 오승환의 1억3000만 원을 5000만 원이나 뛰어넘었다. 또 작년 한국시리즈 챔피언 SK는 3루 기대주 최정과 지난해 연봉 3400만 원 보다 164.7% 오른 9000만 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최정의 인상률은 지난해 정근우의 최고 인상률 150%를 뛰어넘는 SK 구단 사상 최고기록이라고 자랑했다. 그럼 앞으로는? 그래도 대부분 구단들이 올해는 연봉 거품을 빼는 데 힘을 썼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다. 관성적으로 해오던 계약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전 선배들과 비교되는 점에서 후배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구단별로 성적에 따른 연봉 협상으로 거품을 빼기가 힘든 상황이므로 ‘연봉 조정신청 자격 획득제’, ‘샐러리캡’, ‘사치세’ 등을 적극 도입해 프로야구 전체 구조적인 차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이 제도들을 도입하면 선수협 등 선수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지만 작금의 한국 프로야구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이 가장 제도 도입의 적기이다. 구단들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현대 사태를 해결하는 데만 몰두, 큰 위기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기형적인 연봉 거품이 계속되면 제2, 제3의 현대 사태를 불러올 것이고 그때는 팬들의 호응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제도를 적극 도입해 전체적인 틀을 만들어야 '공짜로 줘도 적자 투성이 야구단은 안한다'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야구단을 사겠다고 덤비는 시대를 만들 수 있다. 구단과 선수 모두 한국 프로야구를 튼튼하게 발전시킨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거품빼기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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