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인천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승률 5할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현재 전자랜드는 34경기에서 17승17패를 거두며 정확히 5할 승률을 마크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랜드의 순위는 10개 구단 중 7위다. 대구 오리온스와 울산 모비스가 확실한 2약으로 처진 바람에 웬만한 승률로는 6강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명함도 내밀 수 없다. 하지만 전자랜드에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6위 서울 SK(18승16패)와 승차가 겨우 1게임이다. 그러나 SK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 ▲ 섀넌 의존도 전자랜드의 중심은 ‘전체 1순위 외국인선수’ 테런스 섀넌이다. 섀넌은 올 시즌 31경기에서 경기당 35.5분을 뛰며 평균 28.0점·11.0리바운드·3.8어시스트로 맹활약하고 있다.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섀넌은 득점 부문에서 부동의 1위로 독야청청하고 있으며 리바운드와 어시스트에서도 각각 3위·11위에 랭크돼 있다. 대다수 외국인선수들은 1대1로 막기 가장 어려운 선수로 주저없이 섀넌을 꼽고 있다. 골밑과 외곽에서 모두 공격이 가능하고, 높이와 스피드까지 두루 갖춘 섀넌은 개인 능력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선수다. 그러나 섀넌의 개인 능력이 전자랜드 팀과 함께 완벽하게 융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애석한 대목이다. 섀넌이 1대1 플레이에 대한 욕심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국내 선수들이 섀넌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희암 감독은 시즌 초만 하더라도 “섀넌이 조금 더 다른 선수들을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를 했으면 더 좋을 것이다”고 말했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국내 선수들이 자심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섀넌의 야투성공률은 52.4%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대신 경기당 평균 턴오버가 4.1개로 가장 많다. 섀넌이 턴오버가 많은 것은 볼을 갖고 플레이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없는 전자랜드로서는 가장 확률 높은 공격 옵션이 되는 섀넌을 집중 활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몇몇 선수들과 상충되는 플레이는 아쉬운 부분. 젊은 에이스로 성장해가고 있는 정영삼은 “섀넌에게 볼을 투입한 뒤 나오는 볼로 플레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시즌 초에 비해 정영삼이나 이한권의 자신감도 많이 향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전자랜드의 고민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 속공의 부재 농구에서 가장 쉬운 득점 방법은 자유투다. 그러나 자유투를 얻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자유투를 얻어내는 것도 선수에게는 큰 능력이다. 그런 면에서 자유투보다도 더 쉬운 득점 방법은 역시 속공이다. 속공이 많을 경우 득점이 증가하고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올 시즌 기대 이상으로 승승장구 중인 안양 KT&G의 2위 질주 배경에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5.33개의 속공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속공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속공이 3.06개로 뒤에서 2번째로 적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전자랜드에는 확실한 속공 메이커가 없다. 포인트가드 황성인은 예부터 속공보다는 세트오펜스에 강한 선수였고, 외국인선수 섀넌이나 카멜로 리도 속공 가담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수비 리바운드가 부족하다 보니 속공의 시작점부터 무너지고 있다. 올 시즌 전자랜드의 수비 리바운드는 평균 20.8개로 전체 7위에 불과하다. 섀넌과 리 모두 정통센터 출신이 아니라 수비 리바운드 이후 곧바로 속공으로 이어줄 패스 능력이 떨어진다. 국내 선수들도 부지런히 속공에 가담해 빈 자리를 노리는 능동적인 플레이보다는 받아먹는 수동적인 플레이에 익숙하다. 속공의 부재로 세트오펜스에만 치중하다보니 경기 흐름을 바꾸는 능력도 떨어진다. 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이 많은 것도 한 요인이지만 속공이 부족한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전자랜드로서는 수비 성공과 수비 리바운드 강화를 통해 속공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전자랜드의 공수전환능력, 즉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전자랜드는 속공 마진이 평균 -1.38개로 리그 최하위다. 전자랜드로서는 세트오펜스에서 공격 확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매번 경기를 어렵게 치를 수 밖에 없다. 속공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다. ▲ 수비의 약화 전자랜드는 올 시즌 평균 83.1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평균 실점. 수비가 약한 것이다. 전자랜드는 2점슛 허용률이 54.2%로 6위에 불과하며 3점슛 허용률은 38.6%로 최하위다. 위협적이지 못한 골밑 수비와 느린 백코트로 손쉬운 2점슛을 허용했고, 외곽 수비에서도 상대를 압박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최희암 감독은 “수비에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 진하게 든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비 조직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전자랜드의 고민이다. 나름 효과적으로 쓰이는 지역방어를 제외하면 흐름을 바꿀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수비는 기술보다는 의지다. 비록 전체적인 수비 조직력이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자랜드지만, 지역방어는 종종 분위기 전환용으로 나쁘지 않게 쓰이고 있다. 앞선에서부터 뒷선까지 수비에서 의지를 보이면, 수비 강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실제로 전자랜드는 상대를 70실점 미만으로 막은 4경기에서 전승했다. 물론 그 4경기 중 3경기의 상대가 울산 모비스였지만 또 1경기는 원주 동부였다. 여기에 80실점 미만으로 범위를 조금 더 넓히면 8승3패로 높은 승률을 자랑한다. 전자랜드도 수비에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끈끈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