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만으로 서른이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초조감마저 느낄 수 있는 나이다. '시리우스' 이관우(30, 수원 삼성)가 실로 오랜 기다림 끝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17일 발표된 칠레와 평가전(30일),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2월 6일, 이상 상암)에 대비한 허정무호 1기 명단에 이관우는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 축구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통했던 이관우였지만 국가대표팀과 수 년째 인연을 맺지 못했다.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04년이 마지막이니 무려 3년 넘게 기다린 셈이다. 탁월한 발재간과 패싱 감각, 중거리 슈팅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나 체력이 약하다는 주위의 선입견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어야 했다. 몸싸움에서 약하고, 체력도 남들보다 못하다는 편견과 지적은 이관우를 늘 괴롭혀왔던 요인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그를 지켜봤던 차범근 수원 감독은 "(이)관우는 결코 체력이 약하지 않다"고 강변할 정도였다. 여기에 잦은 부상도 그같은 선입견에 한 몫했다. 솔직히 말해 요즘도 컨디션은 100%가 아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서 무릎 인대를 다쳤기 때문이다. 피나는 재활훈련을 하고 있지만 상태를 장담키 어렵다. 허정무 감독도 지난 4일 50명의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이관우의 몸 상태를 지적한 바 있다. 다행히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관우를 재발탁했고, 기회를 부여키로 결정했다. 사실 이관우의 공식 A매치 기록은 10경기 출전에 1득점이 고작이다. 청소년대표를 거쳐 올림픽 무대까지 밟았던 스타 플레이어로서 조금은 초라한 성적. 하지만 K리그 무대에선 펄펄 날아다녔다. 2000년 대전 시티즌에 입단하며 K리그에 첫 발을 디딘 이관우는 수원 소속으로 활약한 지난 시즌까지 8년간 총 213경기에 나서 31득점-30도움을 기록했다. 허정무 감독은 이관우를 낙점한 이유로 K리그 활약상을 꼽았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이후 에 참석한 허 감독은 "지난 시즌 이관우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소속팀에서 활약도가 선발 기준이 돼 이관우의 복귀가 가능했던 것이다. '백전노장' 김병지가 2002년 11월 이후 5년 여 만에 대표팀에 컴백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앞으로 이관우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까지는 3년이나 남았다. 어쩌면 이번 승선이 이관우에게 주어질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다. 프로 못잖은 냉혹한 생존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하다는 '꼬리표'도 이젠 떨쳐내야 할 때다. 이관우가 누빌 주 포지션, 미드필드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다.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네덜란드 출신 사령탑들이 주로 요구해온 적극적인 프레싱(압박) 축구를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는 인식이 부지불식간 심어진 것도 역시 극복해야 한다. 다시 한번 비상을 꿈꾸고 있는 이관우가 오랜만에 주어진 이번 기회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흥미를 주고 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