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12월21일 전주 KCC와 홈경기에서 서울 SK ‘에이스’ 방성윤이 무릎을 부여잡고 비명과 함께 고통을 호소했다. 방성윤은 무릎 내측 인대파열로 전치 6~8주 진단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2월 말 복귀가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SK는 무너지지 않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방성윤의 부상과 함께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을 시점이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SK는 방성윤이 빠진 이후 11경기에서 6승5패로 선전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매직키드’ 김태술(24·180cm)이 있다. ▲ 카멜레온 김태술 김태술은 철저히 득점보다 패스를 우선하는 포인트가드 역할을 수행했다. 주득점원 방성윤과 외국인선수들의 공격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방성윤이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김태술은 딱 한 경기에서만 20점대 이상 고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부터 김태술은 “패스보다 자신있는 것이 1대1 공격이다. 하지만 개인 욕심보다는 팀을 위해 한 발 더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격을 이끈 방성윤이 쓰러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이때부터 김태술은 패스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득점도 할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만능선수임을 입증해내기 시작했다. 변할 수 있는 선수가 더욱 값어치가 선수라는 점에서 김태술의 가치는 재조명되고 있다. 김태술은 방성윤이 부상을 당한 경기부터 포함해 9경기에서 경기당 35.6분을 뛰며 평균 14.7점·6.1어시스트·4.4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20점대 이상 고득점을 무려 4차례나 기록했다. 특히 지난 15일 KCC전에서는 종료 20.7초를 남기고 쐐기 3점슛을 꽂아넣으며 해결사 기질까지 발휘했다. 허리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자신의 존재감을 떨쳤다. 화려한 복귀였다. 그렇다고 득점에만 매몰돼 포인트가드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한 것도 아니다. 득점 부담이 늘어나 어시스트 수치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김태술의 패스는 상대에게 위협적이다. 17일 안양 KT&G전에서 브랜든 로빈슨의 결승 자유투 이전에도 김태술의 노련한 골밑 패스가 있었다. 득점과 패스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수비에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방성윤이 빠진 후 SK는 수비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방성윤이 빠진 이후 11경기에서 SK는 상대를 평균 77.1실점으로 막고 있다. 이전 24경기에서는 평균 84.3실점을 기록했었다. 최근 SK가 재미를 보고 있는 올코트 프레스에서도 김태술의 빠르고 끈적한 앞선 수비가 자리하고 있다. 상대 패싱 라인을 끊는 것도 김태술의 몫이다. 대학 시절에만 하더라도 수비와 체력 그리고 몸싸움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김태술이었지만 최근 모습에서는 이같은 지적들이 무색할 정도다. SK는 김학섭과 정락영이라는 꽤 두터운 백업 포인트가드진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태술의 출전 시간을 조절하는 데 매우 애를 먹고 있다. 그만큼 김태술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 요동치는 신인왕 레이스 SK는 김태술이 복귀하자마자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성공했다. 4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19승16패, 승률 5할4푼3리를 마크하며 단독 6위에 랭크돼 있다. 7위 인천 전자랜드(17승17패)와의 승차도 1.5게임으로 벌렸다. 김태술의 활약과 외국인선수 자시 클라인허드-브랜든 로빈슨의 활약으로 방성윤이 없는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있다. 과거 SK에는 좋은 외국인선수들이 있었지만 방성윤이 빠지면 속절없이 무너지곤 했다. 하지만 올 시즌 SK가 무너지지 않고 있는 데에는 김태술이라는 존재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태술의 변신과 활약이 재조명받으면서 신인왕 레이스도 더욱 요동치고 있다.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김태술은 시즌 초반부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대두됐다. 그러나 2라운드를 기점으로 팀이 한 차례 슬럼프를 겪고 성적이 떨어지자 신인왕 레이스 주도권을 잠시 잃기도 했다. 그 사이 함지훈(모비스)과 정영삼(전자랜드)이라는 한국농구에서 좀체 보기 드문 타입의 빅맨과 슬래셔가 뜨기 시작했고, ‘단독선두’ 원주 동부에서 주전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광재도 급부상했다. 함지훈·정영삼에 비해 팀 성적에서, 이광재에 비해 개인활약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김태술로서는 팀 성적이 신인왕 레이스의 절대 변수였다. 하지만 김태술은 방성윤의 부상으로 찾아온 소속팀 SK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만들고 있다. 방성윤의 부상은 매우 큰 불운이었지만 김태술에게는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재조명받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개인 활약보다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야 (신인왕 수상이) 유리하기 때문에 팀이 하루빨리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고비에 선 SK에는 김태술이라는 보루가 있으며 이는 김태술의 신인왕 레이스에도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