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008년은 마운드 세대교체의 해
OSEN 기자
발행 2008.01.18 10: 10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는 예부터 타선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그래서 붙은 애칭이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다. 화약을 전담 생산하는 모기업 이미지와 빙그레 시절부터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큰 것 한 방’으로 공포의 타선을 자처했다. 규모가 가장 작은 대전구장(좌우 98m, 중앙 114m, 펜스높이 1.85m)을 홈으로 사용한 것 역시 타선의 팀이라는 이미지를 부추겼다. 하지만 한화는 타선 그 이상으로 마운드가 강한 팀이었다. 타선뿐만 아니라 마운드에서도 수많은 전설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 양보다 질 한화에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개인통산 200승을 거둔 대투수가 있다. ‘살아있는 전설’ 송진우는 한화에서만 201승을 올렸다. 비단 송진우뿐만 아니다. 한화는 개인통산 100승 투수를 무려 4명이나 배출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송진우를 비롯해 정민철(155승)·한용덕(120승)·이상군(100승)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한화에서만 576승을 합작했다. 한화가 22년간 쌓아올린 1349승 중 무려 42.7%를 이들 4명의 투수가 합작해낸 것이다. 투수 4명이 한 팀의 통산 승수 가운데 40%를 넘어선 것은 이들이 유일하다. 게다가 한화에는 통산 213세이브를 거둔 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 구대성도 있다. 1980년대 한화에는 이상군과 한희민이라는 원투펀치가 있었다. ‘컨트롤의 마법사’ 이상군과 ‘잠수함의 대명사’ 한희민은 빙그레 마운드의 힘이었다. 1990년대에는 한용덕·송진우·정민철·구대성이 차례로 들어와 한화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송진우·정민철·구대성은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며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한화는 양보다는 질적으로 마운드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2000년대 이후 한화 마운드가 배출해낸 또 하나의 작품은 역시 류현진이다. 그러나 류현진도 2006년에야 건져낸 보물이었다. 이전에도 한화는 투수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 애썼지만 기대만큼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 1차 지명한 투수가 신주영·안영명·김창훈·윤근영·유원상이었다. 이들 가운데 확실한 전력으로 성장한 것은 안영명 하나뿐이었고 유원상이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러나 1990년대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마운드 세대교체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었다. 언제적 송진우·정민철·구대성이 없으면 한화도 없어지는 게 현실이다. ▲ 세대교체의 해 한화 김인식 감독은 올해 팀 전력에 대해 확신보다 우려의 마음이 더 크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설정한 지난해 자신감은 보이지 않는다. 김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선수보강이 되지 않았다. 구대성이 합류가 늦어져 투수력도 장담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래도 어떻게 하나. 스프링캠프에서 신인급 선수들을 키워야지”라며 이 기회에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임을 암시했다. 김태균과 이범호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세대교체를 끝마친 타선과 달리 마운드는 류현진을 제외하면 아직 세대교체가 매우 더딘 상황이다. 세대교체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 한화는 올해가 마운드를 세대교체할 수 있는 적기다. 구대성은 올해 전반기까지 재활로 결장이 불가피하고, 송진우도 뚜렷한 퇴조 기미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정민철이 지난해처럼 두 자릿수 승리와 2점대 방어율을 찍어줄 것으로 단언할 수 없다. 언제까지 이들에게만 의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또한, 류현진은 2년 연속으로 200이닝 던진 만큼 쉬어가는 한 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마운드에는 그 어느 때보다 새 얼굴의 수혈이 필요하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문동환·최영필·권준헌·차명주·조성민 등 베테랑들을 쓴 만큼 이제는 젊은 피들에게 눈길을 돌릴 시점이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젊은 피는 역시 3년차 유원상이다. 김인식 감독은 유원상에 대해 “아직 선발로 쓸지, 아니면 중간으로 쓰게 될지 모른다. 컨트롤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보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든 유원상이 한화 마운드의 키가 될 것은 자명하다. 이외에도 전력으로 자리매김한 안영명을 비롯해 양훈·김경선·송창식·윤규진·정민혁·김혁민 등 유망주 중 확실하게 성장할 선수가 한화에 필요하다. 지난해 시즌 중에도 한화는 “우리도 마운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노장들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며 마운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역설했다. 2008년은 한화에게 있어 향후 10년을 위한 마운드 세대교체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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