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겨울 이적시장이 이달 말이면 문을 닫는 가운데 잉글랜드의 문을 두드렸던 한국 선수들은 다시 한 번 큰 무대의 벽을 절감하고 있다. 조재진(전 시미스) 김두현 최성국(이상 성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와 2부리그 진출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나온 게 없다. 조재진의 경우에는 불운도 따랐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첫 도전장을 넣은 조재진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구단 측 사정으로 계약이 무산됐고 두 번째로 시도한 포츠머스에서도 사령탑 거취 문제로 좌절을 맛봤다. 조재진은 최근 다시 런던으로 날아가 풀햄 입단을 타진하고 있지만 낙관하기는 어렵다. 역시 트라이얼(입단 테스트)을 거쳐야 하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입단 테스트는 일종의 자격 시험이다. 유럽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비싼 돈을 들여 데려올 필요가 없는 잉글랜드 클럽들이 아시아 선수들을 테스트없이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당연히 기량과 몸 상태, 더구나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겨울 이적시장이란 특성상 즉시 전력감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가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통상 한두 명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수많은 선수들이 참가한다. 여기에는 월드컵 등 국제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쟁쟁한 스타들도 있을 수 있고, 젊고 재능있는 유망주들이 차례를 기다릴 수도 있다. 이적이 성사될 확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에이전트들이 자신의 고객들을 현지로 보내면서 대개 '팀 훈련 참여이지 테스트 차원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까닭도 테스트 차원이라면 입단이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해당팀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나 조재진은 포츠머스 감독에게 고작 한 시간 가량 연습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김두현과 최성국은 각각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과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결과물은 없었다. 김두현은 취업허가서 발급이 장애물이었다고 하나 최성국의 경우 테스트 결과 통보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게 입단 테스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떤 선수가 입단 테스트 차 출국하면 해당 구단이 필요로 하고 있어 이뤄지는 일로 해석, 해외 진출이 보장되는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조재진이 풀햄 입단을 추진하러 출국했다는 사실에 대해 축구팬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뉴캐슬과 포츠머스행 불발이란 선행 학습의 결과물이다. '테스트=해외 진출'이란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오랫동안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한 에이전트는 "외국 클럽의 감독이 선수의 DVD자료를 보고 초청하더라도 테스트는 꼭 거치는 코스"라며 "특히 검증 안된 아시아권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고 꼬집었다. 이 에이전트는 또 "이름값 높은 구단일수록 수많은 외국 선수들이 테스트를 받기 위해 몰려드는데 한국 선수가 크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조재진의 경우 국내 에이전트 대부분이 현재 한국 공격수 중 유일하게 잉글랜드에서 통할 만한 선수로 꼽았다"면서 "하지만 현실은 기약없는 입단 테스트와 푸대접이었다는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yoshike3@osen.co.kr 볼튼-올림피크 리옹의 2007 피스컵 결승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