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경기 200승' 전창진, 과연 '복장'인가?
OSEN 기자
발행 2008.01.19 09: 5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최강 군단’ 원주 동부를 이끄는 전창진(45) 감독이 정규시즌 최소경기 200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전 감독은 지난 18일 창원 LG와의 원정경기에서 17점차로 뒤지던 승부를 극적으로 뒤집으며 69-67로 역전승, 단독 선두 자리를 굳건히 함과 동시에 335경기 만에 200승(135패)을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종전 기록은 이날 상대팀이었던 LG 신선우 감독의 347경기였다. 지난 2002년 김주성의 입단과 함께 시작된 동부의 왕조 건설에는 바로 ‘치악산 호랑이’ 전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 감독은 ‘복장’이라는 타이틀을 떼지 못하고 있다. ▲ 행운을 행운으로 용산중-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전 감독은 1987년 삼성전자에 입단할 때만 해도 미래가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청소년대표를 역임하는 등 기량이 좋았으나 갑작스런 무릎 부상으로 실업 입단 1년 만에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뚝심의 사나이’ 전 감독은 주무로서 자신의 역량을 뽐냈다. 은퇴한 직후 바로 삼성 농구단 주무로 새 출발을 한 전 감독은 ‘세계적인 주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1998년 삼성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전 감독은 이듬해 절친한 후배 허재가 있는 삼보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 감독이 삼보로 적을 옮긴 후 팀의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2000-01시즌에는 최종규 감독, 2001-02시즌에는 김동욱 감독이 연이어 시즌 중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코치로서 마음 편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 감독에게는 기회였다. 2001-02시즌 감독대행으로 사령탑 지휘봉을 잡은 전 감독은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얻은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김주성을 데려오는 행운을 누렸다. 서장훈의 대를 잇는, 어쩌면 그 이상으로 평가받은 김주성이라는 대물과 함께 프로 사령탑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전 감독에게 분명 행운이었다. 하지만 행운을 행운으로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전 감독은 정식 감독이 된 2002-03시즌 팀을 정규리그 3위로 이끈 뒤 6강-4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 결정전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3위팀이 6강-4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했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그런 전 감독을 두고 수군거렸다. 주무 출신이고, 용산고 사단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당한 것이다. 게다가 김주성 덕분이라는 소리는 전 감독을 평가절하할 때마다 쓰인 주메뉴였다. 그러나 전 감독은 이후 성적으로 평판을 뒤짚어 버렸다. 2003-04시즌 정규리그 최다승(40승) 우승을 차지했고, 2004-05시즌에는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우승이라는 위업을 연이어 달성했다. ▲ 배우는 감독 초창기 전 감독의 곁에는 외국인 코치 제이 험프리스가 있었다. 험프리스의 존재는 전 감독의 지도력을 무시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실제로 2004-05시즌까지 전 감독이 놀라운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험프리스의 존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험프리스가 떠난 이후에도 전 감독은 팀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올 시즌에는 프로농구 사상 최고의 독주를 펼치고 있다. 동부는 4라운드 마지막 1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27승8패, 승률 7할7푼1리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2위 안양 KT&G와의 격차를 무려 5.5게임으로 벌렸다. 2위와의 승차를 5.5게임으로 마친 1위팀은 지금껏 동부 외에 없었다. 전 감독은 200승 달성 이후 “좋은 선수들을 만났고 이렇게 200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전 감독의 ‘선수공’은 그가 우승이라는 결실을 이룰 때마다 되풀이했던 말이다. 그러나 최고 성적을 계속해 내는 감독이 선수들의 공으로만 돌리기에는 뭔가가 허전하다. 주무 출신으로 선수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가며 선수단을 장악했으며, 두둑한 배짱과 뚝심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에도 능한 사령탑이 다름 아닌 전 감독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배움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성공비결 중 하나다. 어쩌면 이는 가장 큰 성공요인일지 모른다. 예부터 전 감독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유명했다.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는 것이 전 감독의 말이다. 초보 감독 시절에는 여러 감독들에게 전술에 대한 자문을 구하며 발품을 팔았다. 외국인 코치 험프리스의 선임도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 복을 만드는 감독 전 감독의 스타일은 그야말로 용장과 덕장이다. 선수들을 강하게 다그치는 모습과 선수들을 대신해 심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에서는 용장이 연상되고, 선수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믿음을 심어주는 모습에서는 덕장이 연상된다. 경기 내내 서있는 채로 선수들을 독려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친화력과 카리스마로 용장과 덕장의 선을 넘나들며 상황에 맞게 선수들을 독려하는 전 감독의 모습은 감독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선수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적절한 동기를 이끌어내는 것도 감독의 중요한 능력이다. 최근에는 과감한 용병술로 상대의 허를 찔러 ‘여우 같은 곰’이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전술적으로도 전 감독은 이제 자신만의 아우라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김주성을 중심으로 한 높이의 농구와 물 샐 틈조차 없는 수비농구가 바로 그것이다. 재미없는 농구라는 비판도 있지만 동부가 독주하고 있는데, 나머지 팀들에게 재미있는 농구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전 감독은 공격과 수비에서 팀을 철저하게 김주성을 중심으로 확실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격에서 골밑을 활용한 확률 높은 공격으로, 수비에서는 오래 축적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 동부가 줄곧 수비팀으로 명성을 굳힌 데에는 이 같은 시스템의 힘이 크다. 때문에 외국인선수를 뽑는 데에도 확실한 기준이 있고 그만큼 성공확률도 높다. 사실 초창기 전 감독은 선수복이 많은 감독임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2004-05시즌 통합우승 시절에는 김주성을 비롯해 특급 포인트가드 신기성과 수비수이자 슈터 양경민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신기성은 떠났고 양경민은 노쇠했다. 하지만 전 감독은 다른 팀에서 버림받은 표명일·강대협·손규완 그리고 신인 이광재까지 지명도가 떨어지는 라인업으로 당당히 최강군단을 구성했다. 김주성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스타가 없는 것이 동부의 현실이지만, 그들은 1위로 독야청청하고 있다. 최고 외국인선수 중 하나로 평가되는 레지 오코사도 전 감독이 선택한 선수다. 소위 말하는 선수복도 알고 보면 감독 스스로가 만드는 복인 것이다. 최소경기 200승을 달성한 전 감독은 정규경기 통산 승률에서도 6할에 육박하는 5할9푼7리로 이 부문에서 역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단기전 성적이다. 전 감독은 플레이오프 통산 성적도 23승12패로 승률 6할5푼7리를 자랑한다. 서울 삼성 안준호 감독(10승5패, 승률 0.667) 다음으로 높은 승률. 하지만 경기수를 고려하면 전 감독이 단기전에서도 실질적인 승률 1위가 된다. 이런저런 잡음을 뒤로 하고 성적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는 전 감독에게 ‘명장’이라는 흔하디 흔한 수식어는 결코 과분하거나 어색하지 않다. 누가 뭐래도 그는 이미 2번의 우승을 일궈냈고 또 올 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3번째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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