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주 친정체제'가 살 길
OSEN 기자
발행 2008.01.19 10: 04

한국 프로야구단을 소유한 구단주들은 정말 부자다. 대부분 재벌그룹 회장답게 매년 150 억 원을 줄줄 흘리고 다녀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워낙 업무에 바쁘다 보니 주머니에서 돈이 새는 것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소유한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 기뻐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런데 우승팀은 매년 한 팀밖에 나오지 않고 구단은 150억 원씩 날리고 있어도 구단주들은 그냥 웃고 지나가는 것 같다. 꼴등만 하지 않거나 큰 문제만 안생기면 대리 사장들을 심하게 꾸짖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말이 150억 원이지 이 돈이면 매년 잘나가는 중견기업 한 개씩을 인수할 수 있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 물론 구단주들도 야구단에서 이처럼 크게 적자가 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그룹 홍보차원에서 속쓰리지만 참고 넘어간다고 한다. ▲성적보다는 수익구조를 만들자 이런 독특한 한국적 상황 때문에 구단 경영을 대리하는 사장들은 돈보다는 성적에 더 목을 매달고 전력을 다해야 한다. 수익보다도 팀성적이 좋아야 하고, 우승을 해야지 구단주한테 칭찬을 받는 구조다. 이처럼 구단주의 돈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야구단은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돼 ‘밑빠진 독’처럼 점점 ‘돈먹는 하마’가 돼버렸다. 작금의 ‘현대 사태’로 정신이 번쩍 든 구단들이 ‘이제부터는 연봉 줄이고 지출 줄이고 적자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하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제는 예전처럼 구단주들이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예산 수준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눈덩이처럼 적자액이 커지면서 구단주들이 아예 야구단에서 손을 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야구단 사장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성적과 수익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단주들이 성적에 신경쓰지 말고 수익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더 집중하라는 언질이 나와야만 사장들은 적자구조 개선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다. 적자액보다는 성적이 꼴찌일 때 문제가 되는 한국적 상황에서 사장들은 성적에 더 열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스타인브레너나 와타나베가 나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처럼 구단주들이 직접 챙기는 프로야구단이 한국에도 등장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래서 뉴욕 양키스나 요미우리 자이언츠처럼 최고 인기 구단이 한 개쯤 나와야 한다. 그 길은 구단주가 관심을 갖고 직접 투자하고 챙겨야 가능하다. 그룹 업무에 바쁜 구단주들이지만 약간만 신경을 쓰면 ‘한국의 양키스나 요미우리’가 가능하다.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나 와타나베 요미우리 회장처럼 타구단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야구단을 ‘나대로 운영’, 명문구단으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수익도 올라가게 된다. 사치세 등으로 타구단의 견제를 받아도 더 나은 수입을 올려 그걸 보상받겠다는 구단 경영마인드로 밀어붙이면 명문구단은 만들어지게 된다. 양키스나 요미우리가 엄청난 투자를 앞세워 명문구단의 지위를 지키려할 때 타구단들은 명문구단과 함께 하며 야구단 수익제고와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에 열심이다. 우승 기회가 왔을 때는 과감한 투자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선수들을 키우고 팔아서 구단 경영을 유지해나간다. 우리네처럼 어느 한 구단이 독주하면 씹어대기 보다는 그 팀의 영향력을 빌어서 자기네 수익을 올리는 데 더 열중한다. 뉴욕 양키스나 요미우리 경기에 자기네 팬들이지만 관심이 더 높아 구단 수익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양키스나 요미우리의 원정경기가 타구단으로부터 환영받는 이유이다. ▲‘구단주님, 야구단에 신경 좀 더 쓰세요’ 현재까지 한국야구에서는 제대로 된 프로야구단 운영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 원인 중에 하나는 구단주들이 직접 야구단을 살피지 않는 것이다. 구단주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좀 더 관심을 보이고, 프로야구 현안에 대해 모여서 의논하고 합의안을 만들어내면 지금보다 훨씬 프로야구 구조가 탄탄해질 것이다. 물론 한국야구 구단주들도 야구단에 관심이 높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처럼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구조인 탓에 야구 발전이 늦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구단주들이 직접 구단 경영주로 구단주 총회에도 등장했지만 지금은 8개 구단 모두 ‘구단주 대행’이 구단주 노릇을 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구단주 대행이나 사장단에 맡겨 놓고 있으면 적자구조 탈피나 야구 발전은 늦어진다. 구단주의 뜻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구단주대행이나 사장들이 야구단의 운명을 가름할 수도 있는 주요 사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조직구조이다. 구단주들의 전체적인 총의가 모아져야 가능한 사안들의 결정이 늦어지거나 없으니 한국 프로야구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구단주 대행들이 참가하는 총회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구단주 총회'가 열린 날이 많지 않다. 올해로 27년째를 맞는 프로야구서 진정한 의미의 구단주 총회가 열린 것은 1982년 출범 때 등 초창기를 제외하고 근년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1년에 한두 번씩이라도 동업자로서 만나서 의견을 나눠야 빠른 발전이 이뤄지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야구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동안 한국에서 프로야구단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최고의 비용이 투자되는 기업이었다. 적어도 10대 그룹에 들어가는 굴지의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업종이었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은 구단주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적자액이 무시 못할 수준이 됐다. 수익구조를 과감히 개선하고, 진정한 명문구단을 탄생시키는 일은 구단주들이 직접 챙길 때 그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sun@osen.co.kr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SK 선수들이 최태원 회장을 헹가래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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