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미녀 트로이카가 사라졌다
OSEN 기자
발행 2008.01.20 09: 16

대한민국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미녀 톱스타들이 영화 흥행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황진이' 송혜교와 '싸움' 김태희 등 연예계 대표 미인들이 쓴 잔을 마셨고 '용의주도 미스신' 한예슬도 울고 갔다. 1970년대 남정임 문희 윤정희와 1980년대 장미희 유지인 정윤희 등의 미녀 트로이카 배우들이 흥행을 좌지우지하던 옛날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제 더이상 영화 흥행은 미모순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당기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10일 막을 올린 개봉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의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 등극이 그 해답을 제시했다. '우생순'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전에서 명승부를 펼친 끝에 은메달을 따낸 한국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여성 영화에 스포츠 장르다. 지금까지 충무로 영화사를 되짚어볼 때 흥행과는 거리가 먼 코드였다. 그럼에도 개봉전 시사회부터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더니 중년 관객들까지 극장문을 들어서고 있다. 대박 조짐인 셈이다. 무엇보다 연출 '되는' 감독(임순례)의 리더십 아래 연기 '되는' 여배우들이 강한 팀워크로 뭉쳤다는 게 이 영화의 강점이다.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조은지는 여자핸드볼 국가대표선수 연기를 위해 3개월 동안 숙식을 같이 하며 훈련을 했다. 배우들이 연기 하며 흘린 땀의 양은 스크린 앞 관객들의 몰입도와 정비례하기 마련이다. 집 나간 무능력 남편 때문에 어린 아들을 데리고 훈련장에 나서는 아줌마 1 문소리, 딸 하나 둔 이혼모 김정은, 불임으로 고생하는 설렁탕집 아줌마 2 김지영 등은 세계에서 가장 무섭다는 '대한민국 아줌마' 연기를 신들린 듯 소화했다. 여기에 '달콤 살벌한 연인' '파리의 연인'에서 주연을 진짜 주연답게 만들어줬던 개성파 조연 조은지가 오랜만에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였다. 그뿐인가. 엄태웅은 재수없는 느끼남의 표본을 리얼하게 선보였고 성지루 박원상의 감초 연기도 영화에 구수한 맛을 더했다. 또 하나 '우생순'의 힘은 잘짜인 시나리오다.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재미를 배가시키는 허구로 이곳저곳에 살을 입혀 한 편의 맛깔진 영화를 만들었다. 제 아무리 예쁜 여배우도 판에 박힌 연기와 진부한 이야기로 2시간여를 버티기는 불가능하다. 이를 견디기에는 한국 영화 관객의 수준도 국민소득 이상으로 훌쩍 커버린지 오래다. 한국영화의 흥행이 미모순이 아닌 이유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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