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STX, 그리고 KT.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없다. 농협은 금융을 근간으로 삼고 있고 STX는 중공업과 해양운수업이 주력 업종이다. 그리고 KT는 굴지의 정보통신 회사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겹치는 분야가 없다. 전혀 다른 기업들이지만 지난 1년을 거치면서 공통점이 생겼다. 모두 프로야구단 창단을 추진하려다 포기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다들 KBO의 의사 타진을 받고 프로야구단 참여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KT는 보도자료를 통해 창단을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막판에 모두 발을 뺐다. 지난 1년 동안 이들 기업의 인수 포기로 프로야구계는 공황 상태에 직면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들 기업들은 새로운 창단 기업을 맞이하기 위한 터파기 공사를 제대로 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었는데 깔끔하게 교통 정리를 해준 것이다. 이들 기업이 나란히 포기하면서 구단 창단 비용을 사실상 60억 원 수준으로 고정시켰다. 연고지 보상비용 없이 서울에 입성할 수도 있게 됐다. 현대 유니콘스가 못한 신인 드래프트에도 참가해 전력 보강을 이룰 수도 있다. 새로운 창단 기업은 수백 억 원씩 쏟아부었던 기존 창단 기업들에 비하면 헐값으로 알짜 지역에 무혈입성하는 셈이다. 이미 두산과 LG는 8구단 체제 유지 조건이라면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신생 구단의 서울 입성을 보장했다. KBO는 3개 기업과 야구단 창단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BO 사무국은 협상의 전권을 이사회로부터 위임받았다. 보상금이나 가입금이 얼마가 되든 KBO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새롭게 창단하는 기업에 파격적으로 좋은 조건을 주겠다는 의미다. 역설적으로 농협 STX KT가 깔끔하게 터를 닦아놓은 덕분이다. 물론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보기 때문에 좋은 조건에도 창단을 주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야구단에도 본격적인 마케팅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앞으로 장사가 되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돔구장도 곳곳에 지어질 전망이다. 여전히 야구단의 홍보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과연 역대 최소의 창단 비용, 미래 가치, 홍보 효과를 보고 새로운 야구단의 주인이 탄생하게 될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 새롭게 프로야구에 참여할 구단이 홈으로 사용하게 될 목동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