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순위' 섀넌, 그는 과연 '타짜'인가
OSEN 기자
발행 2008.01.21 08: 34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인천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타짜’를 찾았다. “우리 팀에는 타짜가 없다”는 것은 최 감독의 단골 멘트였다. 최 감독은 지난해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후 테런스 섀넌(29·196cm)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 때도 최 감독은 “우리 팀에는 타짜가 필요했다”며 섀넌을 지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 감독이 말한 타짜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필요할 때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만능선수’였다. 과연 섀넌은 최 감독의 기대대로 전자랜드의 타짜가 됐을까. 득점 선두 섀넌은 올 시즌 33경기에 출장, 경기당 35.4분을 뛰며 평균 27.7점·10.9리바운드·3.8어시스트·1.94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고 있는 섀넌은 득점 부문에서 2위 오다티 블랭슨(LG·23.7점)을 넉넉한 차이로 따돌리며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리바운드·어시스트·블록슛에서도 각각 3위·11위·3위에 랭크돼 있다. 특히 외국인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자유투(284개)를 얻어내며 평균 5.9개의 자유투를 성공, 이 부문에서도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다. 자유투 시도와 성공 개수에서도 전체 1위다. 상대 수비에 파울트러블을 가할 수 있는 위협적인 득점기계가 바로 섀넌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19.7개의 야투를 시도하고 있는 섀넌은 야투성공률이 52.1%로 전체 14위다. 그러나 지난 11시즌 동안 배출된 득점왕들의 평균 야투성공률은 54.7%였다. 1999-00시즌 득점왕을 차지한 에릭 이버츠의 야투성공률은 무려 63.6%였다. 역대 평균 최다득점(35.1점)으로 득점왕이 된 지난 시즌 피트 마이클도 야투성공률이 55.8%로 전체 6위였다. 섀넌의 야투성공률은 올 시즌 전반적으로 낮아진 외국인선수 수준을 감안할 때 그리 높은 수준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섀넌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평균 4.0개의 턴오버를 저지르고 있다. 역대 득점왕 중 턴오버 전체 1위에 오른 선수는 없었다. 섀넌의 득점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도 뚜렷한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도깨비 행보를 보이고 있는 소속팀 전자랜드와 비슷하다. 섀넌이 30점 이상 고득점을 기록한 12경기에서 전자랜드는 6승6패,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섀넌이 25점 이하 득점을 올린 13경기에서는 7승6패로 5할 승률을 약간 웃도는 성적이다. 하지만 섀넌이 어시스트를 4개 이상 배달한 16경기에서는 11승5패라는 호성적을 마크했다. 반면 어시스트 2개 이하를 기록한 9경기에서 전자랜드는 3승6패로 고전했다. 섀넌의 활약이 전자랜드 팀 성적에 미치는 요인은 득점보다 어시스트였다. 불협화음 섀넌은 개인 기량에 있어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올 시즌 외국인선수 중 최고 수준이다. 대다수 외국인선수들이 가장 막기 어려운 선수로 주저하지 않고 섀넌을 지목하고 있다. 높이를 갖춘 데다 내외곽 공격이 모두 언제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섀넌은 올 시즌 유일하게 40점대 고득점을 2차례나 기록했으며, 시즌 최다 44점까지 올린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섀넌의 플레이가 나머지 국내선수들과 융합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섀넌이 무리한 1대1 공격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지만 국내선수들이 뒷받침하지 못해 무너지는 경우도 잦다. 마치 지난 몇 년간 단테 존스의 안양 KT&G를 보는 듯하다. 최희암 감독은 시즌 초에는 “섀넌이 조금 더 다른 선수들을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후에는 국내선수들의 자신감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국내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최 감독이 줄기차게 지적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자신감이 부족하고 머뭇머뭇거리는 경향이 강했던 정영삼과 이한권은 이제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정도로 자신감을 얻었다. 정영삼은 최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 아래 팀을 이끄는 에이스임을 자각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고, 이한권도 한 경기 3점슛 7개를 폭발시킬 정도로 주저없이 슛을 던진다. 그러나 여전히 섀넌과의 궁합은 ‘글쎄’다. 센스있게 경기를 운영하고 볼을 공급할 수 있는 포인트가드가 없는 전자랜드는 공격에서 섀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섀넌의 턴오버가 1위인 것도 그만큼 볼을 갖고 플레이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종종 욕심을 부리거나 플레이가 상충되는 바람에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떠오르는 에이스’ 정영삼은 “섀넌에게 볼을 투입한 뒤 나오는 볼로 플레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궁극적으로 코트 밸런스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전자랜드 팀 구조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자랜드는 ‘센터없는 농구’를 하고 있는 데다 선수들이 멍하니 서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많은 팀이다. 크리스 윌리엄스 최희암 감독이 섀넌을 뽑았을 때 그에게 기대한 모습은 지난 2시즌 동안 울산 모비스에서 활약하며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자리매김했던 ‘만능선수’ 크리스 윌리엄스였다. 윌리엄스처럼 득점원은 물론 필요할 때 경기를 조율하는 가드 역할까지 기대하고 뽑은 선수가 바로 섀넌이었다. 그러나 ‘3일간의 도박’이라는 트라이아웃에서 선수의 스타일과 습성을 모두 다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섀넌은 윌리엄스와 달리 볼허그(ballhug) 기질이 다분하며 영리한 플레이와도 거리가 멀다. 코트 전체를 조망하며 경기 자체를 꿰뚫은 윌리엄스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물론 윌리엄스에게는 모비스의 안정된 시스템이 기반으로 자리 잡은 상태였으며, 양동근이라는 최고의 파트너가 있었다. 하지만 윌리엄스가 한국 리그에 데뷔하고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한 2005-06시즌의 모비스가 이렇다 할 정통센터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것은 전적으로 윌리엄스의 힘이었다. 또한, 윌리엄스는 2시즌 동안 어시스트(674개)가 턴오버(356개)보다 1.89배나 많았지만 올 시즌 섀넌은 오히려 턴오버(132개)가 어시스트(124개)보다도 더 많다. 윌리엄스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인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윌리엄스와 달리 섀넌은 볼을 끌거나 무리한 슛을 던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한국 프로농구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선수 중 하나로 기억될 특급선수였다. 윌리엄스와 같은 선수를 바라는 것은 전자랜드에 오래된 숙원이 된 특급 포인트가드를 데려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문제는 당장 전자랜드가 섀넌이 없으면 팀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섀넌의 득점력은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공격에서 확실한 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줄 센터와 공격을 빠르게 전개할 포인트가드의 부재로 속공게임을 펼칠 수도 없다. 그런 전자랜드에게 섀넌의 존재는 누가 뭐래도 절대적이다. 섀넌은 올 시즌 가장 돋보이는 타짜임에 틀림없다. 다만 자유계약제 시절 특급 윌리엄스만한 타짜가 아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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