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마지막 선택은 친정행이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32)이 지난 20일 부산 아이파크로 귀환했다. 21일 오후 공식 입단식을 치르면 부산의 정식 일원이 된다. 녹록치는 않았다. 안정환은 전 소속팀 수원 삼성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국내 이적을 결심했다. J리그의 몇몇 팀이 오퍼를 던졌다고 알려지지만 자신의 축구인생을 마감할 마지막 종착지로 부산을 택했다. 부산으로 안착하기까지 각종 설들이 나돌았고, 마음고생도 심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당당한 주역이었던 안정환은 "마음이 편하다. 훈련에만 매진해 팬들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이적료는 미드필더를 물색 중이던 안영학과 트레이드로 상계됐고 몸값도 스스로 낮춰 이번 이적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었다. 철저히 자신을 낮췄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였다. 물론 부산도 안정환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언론을 통해 '(안정환)영입은 없다'고 흘렸으나 리빌딩을 꿈꾸는 부산은 내부적으로 최선을 다해 협상을 준비했다. 지난 8년은 안정환에게는 차라리 잊고 싶은 기억이 많았다. 98년 부산 대우 로얄즈에 입단한 안정환은 2001년까지 3년간 87경기에 출전해 44골-11도움의 성적표를 냈지만 그 뒤로는 굴곡많은 인생을 걸어야 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를 거쳐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와 요코하마 F 마리노스, 프랑스 메스, 독일 뒤스부르크 등 해외 무대를 전전했고, 수원에 몸담게 됐지만 한 시즌에 그쳤다. 불행했던 '저니맨'은 2006 독일월드컵이 끝난 뒤 6개월간 소속팀을 찾지 못해 무적신분이라는 최악의 국면까지 맞이하기도 했다. 이 기간중 대표팀 엔트리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으니 부연이 필요없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안정환은 또 다시 '무적신분'이 되는 대신 친정팀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축구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로 삼겠다는 각오다. 안정환은 부산에 몸담고 있던 98년 이동국(당시 포항), 고종수(당시 수원)과 함께 한국 프로축구 K리그의 첫 번째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지금도 부산에는 안정환을 기억하는 수많은 팬들이 있다. 부산 축구의 한없는 추락을 바라보며 아쉬워했던 그들이다. 부산 구단도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축구가 자랑했던 황선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데 이어 가변좌석 설치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게 잘 어우러진다. 구단과 팬, 여기에 반드시 가미돼야 하는 스타 플레이어까지 투입됐다. 명가 재건을 향한 부산의 꿈도 머지 않았다. 안정환이 바로 이 꿈의 중심에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