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과 낮'이 제5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고 아시아에서는 단 4편 뿐. 한국 흥행에서는 고전해도 유럽에서 인정받는 게 바로 홍상수 영화의 힘이다. 이번 베를린 영화제는 다음 달 7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프랑스 칸, 이탈리아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베를린은 축제 기간동안 모든 영화 감독들의 꿈과 희망이 모이는 곳이다. 칸느가 대중에 가깝고 상업적이라면 베를린은 영화 비평가와 감독에게 보다 신경을 기울인다. 모두 20여편의 경쟁부문 선정작 가운데 아시아 영화는 홍 감독 외에 일본 야마다 요지의 '가베', 홍콩 두기봉의 '참새', 중국 왕샤오슈아이의 '좌우' 등 4편이 선정됐다. 동북아를 대표하는 이들 감독들은 '비밀과 거짓말'의 마이크 리, '매그놀리아'의 폴 토마스 앤더슨, 폴란드의 거장 안자이 바이다 등과 금곰상(최우수작품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베를린은 원래 김기덕 감독과 인연이 깊은 도시다. 2000년 '섬'을 시작으로 2001년 '수취인 불명' 2002년 '나쁜 남자'까지, 김 감독은 한국영화 최초로 3년 연속 국제영화제 진출의 진기록을 베를린에서 세웠다. 지금까지 홍상수가 프랑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사실과는 대조적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극장전'으로 두 번이나 칸 영화제 경쟁 부분에 진출했고, 홍 상수의 영화는 프랑스 개봉에서 적지않은 관객을 모은 바 있다. 그럼에도 홍상수나 김기덕 감독은 한국에서 영화 한 편 찍기가 쉽지 않다. 상업성과는 다소 거리를 둔 까닭에 매번 흥행에서 참패하다시피 했고 투자 받기가 극도로 힘들어진 까닭이다. 이같은 사정 탓에 김 감독은 한 때 "한국에서 더 이상 내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폭탄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홍 감독은 '밤과 낮' 크랭크 인 직전에 제작 중단 소동을 겪기도 했다. '밤과 낮'은 홍 감독의 생애 8번째 영화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감독에 데뷔한 이래 줄곧 우리 주위의 소소한 일상 삶을 로드무비 식으로 담아냈다. 그를 잘아는 혹자는 '홍상수의 영화에는 늘 홍상수가 등장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등장 인물들의 감정 선과 행위가 살아 춤춘다. '밤과 낮'에는 김영호와 박은혜를 기용했다. 홍 감독 영화의 단골 주연이던 김상경 대신에 새 얼굴로 기용된 김영호 역시 '밤과 낮'을 통해 재발견 됐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8월초부터 9월초까지 한달여 동안 파리에서 영화 대부분을 촬영한 '밤과 낮'은 갑작스럽게 서울에서 파리로 도피하게 된 국선 화가 김성남(김영호)의 유쾌하고 기이한 여행 이야기를 다뤘다. 김성남과의 묘한 만남에 빠져드는 파리 유학생 이유정(박은혜)과 서울에 머물며 그의 귀국을 기다리는 아내 한성인(황수정), 파리의 북한인 윤경수(이선균) 등 홍상수 식 캐릭터들이 주인공 성남을 둘러싸고 오밀조밀 파리와 서울의 뒤바뀐 밤과 낮을 보여준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