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로저 클레멘스와 앤디 페티트. 둘도 없는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투수들이다. 이들의 우정에 커다란 금이 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미첼 리포트'가 이들의 사이를 '확실하게' 벌려놓았다. 뉴욕 일간지 는 22일(한국시간) 익명을 요구한 페티트의 한 친구 말을 인용해 '페티트가 클레멘스에게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데 혈안이 된 클레멘스의 행태에 페티트가 화를 냈다는 것이다. 뉴욕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그리고 지난해 양키스에서 함께 뛴 이들은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미첼 보고서에 기술됐다. 그러나 페티트가 보고서 공개 직후 "부상 치료를 위해 성장호르몬을 한 번 복용한 적 있다"고 실토한 것과 달리 클레멘스는 "무조건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클레멘스는 자신의 관련 사실을 미첼 위원회에 증언한 브라이언 맥나미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있다. 성장호르몬 복용 사실을 순순히 시인해 맥나미 증언의 신뢰성을 높여준 페티트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클레멘스와 맥나미의 '진실 공방' 못지 않게 클레멘스와 페티트도 서로 다른 말을 한 셈이다. 이들을 잘 아는 친구들에 따르면 클레멘스와 페티트는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없느면 못사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한다. 페티트가 어렸을 때 자신의 방 벽에 클레멘스의 포스터를 붙여놓을 만큼 우상으로 여긴 것은 사실이지만 성격상 이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 외향적인 클레멘스는 원정 경기가 끝나면 나가서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내향적인 페티트는 방안에서 혼자 있기를 선호했다. 같은 텍사스 출신에 나란히 휴스턴에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가족 간 왕래가 드물었고,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공통점을 묶어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낸 미국 미디어 때문에 이들의 사이가 과장됐다는 것이다. 실제 페티트는 지난 시즌 초반 클레멘스가 평소와 같이 복귀 의사를 확실히 밝히지 않고 우물쭈물할 때 그의 행태에 불평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클레멘스와 페티트는 다음달 14일 의회 청문회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증인 선서를 하고, 진실 만을 밝히게 돼 있는 그 자리에는 맥나미도 참석한다. 페티트가 기존 입장을 고수해 맥나미의 증언을 뒷받침한다면 클레멘스는 더 큰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들의 관계는 청문회 뒤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메이저리그를 쑥대밭으로 만든 미첼 보고서로 인해 맥나미와 클레멘스는 물론 페티트와 클레멘스의 관계도 돌이킬 수 없게 됐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