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선수들, 광양 전훈 꺼리는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8.01.22 09: 14

“거기, 빨리 안뛰어? 한 번 혼나 볼래?”. 어디선가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성남 일화의 김학범(48) 감독의 고함이다. 매서운 눈매로 선수들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지휘봉을 손에서 놓지 않고, 쉴 새 없이 고함을 질러댄다. 지난 21일 성남 선수단의 동계 전지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광양과 붙어 있는 순천의 팔마체육관. 서킷 트레이닝이 한창이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선수들을 기다린다. 한 차례를 소화하면 평균 20분이 넘는다. 17분대에 끊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 매트리스 위에서 물구나무서기로 가볍게(?) 몸을 풀고나면 낙법 훈련이 전개된다. 선수 두 명이 엎드리고, 그 위를 다른 선수가 뛰어넘는 방식. 실전에서 넘어질 때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성남이 엄청난 수의 경기를 소화하고도 부상 선수가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여차하면 팔굽혀펴기 100회를 하라는 김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스로인을 대신해 메디신볼을 던지는 연습과 뜀뛰기, 벤치프레스, 줄넘기, 지그재그 달리기, 복근 및 근력 운동을 몇 차례 하고나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군대의 PT체조를 방불케 하는 프로그램에 선수들의 몸은 천근만근, 발걸음이 느려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4차례를 돌고나야 비로소 짧은 휴식이 주어진다. 고참과 한 조를 이룬 후배 선수들에게는 차라리 지옥이다. 감독과 고참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 “휴우”하는 한숨 소리, 기합과 함께 곳곳에서 “미치겠다” 소리가 들려오지만 김 감독은 오전 9시 반 시작된 이 훈련을 정오가 다 돼서야 끝낸다. 매일같이 똑같은 훈련의 반복이다. 체력이 시즌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김 감독은 안쓰러워도 어쩔 수 없단다. 사실 성남의 광양 전지훈련은 매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가볍게 몸 만들기에 주력하는 강릉 훈련과는 비교할 수 없다. 새벽녘 조깅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해 오전 체력훈련을 거쳐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볼 터치 및 패싱, 연습게임을 한다. 밤에는 자율적으로 웨이트 훈련이다. 모따와 두두 등 용병들도 예외는 없다. 남기일, 김상식, 김해운, 김영철 등 팀 내 최고참들도 무조건 똑같이 훈련을 받는다. 김 감독의 방식은 누구라도 따라야 한다. 국내 타 팀 선수들이 성남 훈련에 혀를 내두르는 이유다. 이미 일주일 가량 소화한 광양 훈련은 다음달 6일에야 끝난다. 이후 일본 가고시마로 떠나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 김 감독은 “생존하기 위해선 이 훈련을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yoshike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