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지현이다. 2년만에 출연한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속의 그녀는 2년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은 모습 그대로다. 늘 그 모습 그대로라니,영원한 젊음을 꿈꾸는 미녀의 로망이 이뤄졌다고 웃어야할까. 21일 서울 용산 CGV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이하 '슈퍼맨') 첫 시사회. 해외합작 영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출연 소식만 무성했던 전지현이 오랜만에 출연한 작품이어서 시사회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열혈 PD라는 배역에 맞추기 위해 못피는 담배를 연신 물어댔고, 화장기 없는 생얼로 연기했다는 소식이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러나 스크린 속 전지현의 온 몸은 아직도 출세작 '엽기적인 그녀'(2001년)의 진한 향기와 'CF 퀸' 모델 이미지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한 영화 제작자는 "황정민의 원맨쇼에,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이 옆에 서있었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그녀의 매력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었던 '엽기적인 그녀'와 '슈퍼맨'이 태생부터 전혀 다른 영화라는 사실. 2시간여 러닝타임이 미니시리즈 12부작을 보는 듯 마냥 길게 느껴지는 '슈퍼맨'의 지루함 속에서 황정민의 농익은 연기에까지 파묻혀 전지현 나름대로의 변신은 빛을 발할 틈새를 못찾았다. 오로지 눈에 띄는 건 그녀의 양 볼에 박혀있는 무수한 주근깨일 뿐. 전지현은 얼마전 제작보고회에서 “영화 ‘데이지’ 이후 2년 동안 보여졌던 영화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바빴다. 후반작업이 한창인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를 촬영하느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고 그동안의 공백기를 설명했다. 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인연인데 배우와 영화가 만나는 것도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일부러, 또는 만들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통해 배우 황정민과 정윤철 감독을 만난 것은 운이었고,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싶다”고 만족해 했다. '말아톤'으로 평단과 관객의 동시 지지를 받은 정윤철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황정민과 전지현, 걸출한 남 녀 톱스타까지 캐스팅했다.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국영화에 돌파구를 뚫어줄 수작이 나올 것으로 모두가 입을 모았다. 특히 전지현의 복귀는 미녀 톱스타들의 계속되는 흥행 부진을 깰 것이란 믿음이 강했다. 그녀 역시 “오랜만의 복귀가 부담됐지만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가 기다려지고 담담하다. 담담하다는 것은 영화를 기대하고 있고 자신있다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생각보다 배우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여유가 있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녀의 자신감이 감동에 감동을 이어붙여 감동의 도가니를 만들려는 감독의 과욕에 묻혀버린 사실은 안타깝다. 한 정신이상자의 현실과 판타지 속에서 현대 사회의 온갖 문제를 들춰내려고 별렀던 이 영화는 애시당초 관객과 쉽게 호흡하기 힘든 골격을 가졌다. 할 얘기가 너무 많다보니 얘기 속에 배우가 묻히고 영화가 가라앉아버린 경우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은 한 엉뚱한 사나이와 그 사나이를 취재하는 휴먼다큐PD의 이야기. 전지현은 감동이 죽도록 싫고 동정심 따위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믿는 골초에다 원형탈모가 된 지 3년째인 송수정 PD 역. 시사가 끝난 뒤 전지현은 “후회를 하면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 속에서 감정이 거짓이 아닌 진실로 다가와서 좋았다. 여배우들은 맨 얼굴을 두려워하거나 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원래 성격도 평소 메이크업을 좋아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며 "맨 얼굴로 출연하면서 장점과 단점이 있는 것 같은데 감정의 진심이 좀 더 다가와서 ‘완잘’(완전 잘) 한 것 같다”고 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그녀의 영화 흥행은 높은 지명도와 인기에 비해 한 걸음 뒤떨어져 따라왔다. 그나마 과작이다. 올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와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두 편의 영화를 연달아 개봉하는 전지현, 그 결과에 따라서 한 차례 성장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