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창원 LG는 지난 20일 서울 삼성전 승리로 36경기 만에 시즌 20승(16패) 고지를 밟았다. 순위는 단독 5위이나 6위 서울 SK(19승17패)와는 1게임차밖에 나지 않는다. 올 시즌 LG는 각 포지션별로 탄탄한 라인업을 구성했지만, 기대보다 순위가 높지 않다. 그 이유가 바로 포인트가드 박지현(29·183cm)의 부상에 따른 장기 공백이었다. 시즌 전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중반에는 무릎 부상으로 박지현은 19경기에나 결장했다. 하지만 박지현이 복귀하며 LG에도 더욱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사실 LG는 올 시즌 박지현이 빠진 19경기에서 11승8패로 꽤 선전했다. 주전 포인트가드로 발돋움한 이현민이 박지현이 빠진 19경기에서 평균 8.8점·5.8어시스트·2.7리바운드로 맹활약한 덕이었다. 하지만 이현민 개인의 기록은 올라갔지만, LG 가드진 전체가 만들어내는 파이가 작아졌다. 이 기간 동안 LG는 이현민을 앞세운 원가드 시스템을 운영했고 그만큼 공격루트가 줄었다. 이현민과 박지현이 함께 가드진을 이끈다면 LG의 공격루트도 늘어나고 가드진이 만들어낼 기록도 늘어나게 된다. 박지현이 빠지지 않았더라면 LG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박지현의 공백이 크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LG 신선우 감독은 “박지현이 없는 동안 이현민과 조상현이 해결하려다 보니 힘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지현이 빠진 이후 가장 침묵한 선수가 바로 슈터 조상현이었다. 조상현은 박지현이 빠진 19경기에서 평균 9.1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신 감독은 “박지현이 들어오면서 외곽이 살아났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또한, 이현민도 원가드로 한창 활약하던 12월 중순부터 체력적으로 부치며 장기인 슛 성공률이 낮아지기도 했다. 이현민 홀로 볼을 운반하고 배급하다보니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고, LG의 공격에도 체증이 걸렸다. 하지만 박지현이 돌아오면서 이현민의 부담이 줄었고 LG의 공격도 더욱 다양화됐다. 박지현은 이현민과 함께 투가드 시스템으로도 기용돼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선수다. 빈 곳을 찾아 들어가는 능력이 좋고 돌파와 외곽슛을 두루 갖췄다. 결정적으로 속공을 전개하는 능력이 LG에서 가장 뛰어나다. 박지현이 빠진 동안 LG는 속공과 지공을 구분하면서 조금 더 지공에 중점을 두는 ‘템포바스켓’으로 제한된 농구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지현의 복귀로 LG는 빨라졌다. 박지현이 복귀전을 가진 5일 부산 KTF전에서 시즌 최다 9개의 속공을 기록했고, 20일 삼성전에서도 스피드의 팀을 맞아 7개의 속공을 성공시켰다. LG는 박지현의 복귀와 함께 수비력까지 강화되는 이중효과를 노리고 있다. 박지현은 올 시즌 평균 1.94개의 스틸을 기록, 이 부문에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물론 스틸이 수비력을 대변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상대 패싱레인을 끊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박지현은 큰 키는 아니나 빠른 발로 상황에 따라 상대 스몰포워드까지 커버할 수 있는 수비력을 갖췄다. 골밑 더블팀에 남다른 능력이 있는 이현민과 함께 투가드로 가동되는 순간, LG의 수비는 가장 막강해진다. 박지현의 가세로 LG는 공수 양면에서 취할 수 있는 카드가 더욱 많아졌고 이는 남은 5~6라운드에서 상위권 진출을 향한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