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의 신임 박항서(49) 감독이 내면 깊은 곳에 감춰뒀던 벅찬 열정과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21일 오후 광양 전남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가진 인터뷰서 박 감독은 “언제나 내 가슴 한 켠에는 뜨거운 열정이 담겨져 있다”고 야심찬 일성을 던졌다. 올 시즌 FA컵 3연패, K리그 6강, AFC 챔피언스리그 예선 통과를 목표로 삼은 박 감독은 최근 2주간 광양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동계훈련을 진행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경남 지휘봉을 놓은 뒤 유럽 등지로 지도자 연수를 준비하던 차에 갑작스레 전남 구단의 연락을 받은 박 감독은 부랴부랴 광양으로 옮겨야 했다. 부임 초 선수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애도 많이 먹었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았다. 이미 용병 선발 및 신인 드래프트가 모두 끝났고, 대부분의 예산 집행이 끝났기 때문에 새 틀을 짜는 데 어려움이 있어 기존 2군 선수들과 신인들의 기량을 집중 점검했다. 연습 경기를 4차례나 실시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제야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는 박 감독은 “전남은 창단한 지 14년이 넘은 전통의 명문구단”이라며 “무엇보다 FA컵과 같은 단기 토너먼트 레이스에서는 절대 강자의 면모를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박 감독은 FA컵과 같은 단기전에 올인하거나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다. 박 감독은 장기 레이스에서도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데이터에 근거해 철저히 분석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전남은 지난 시즌 득점보다 실점이 3포인트나 많았다. 작년 정규리그서 7승9무10패를 기록해 10위에 랭크됐던 전남은 총 24골을 넣었고, 27실점했다. 도저히 성적이 좋을 수 없는 상황. 성적 부진에는 용병들도 한 몫했다. 산드로가 8골-1도움을 기록했을 뿐, 기대를 모았던 시몬은 1골-3도움에 그쳤다. 박 감독은 외국 선수라면 1인당 15포인트 이상은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감독은 “대전에서 영입한 슈바와 산드로가 기존 실력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시몬만 살아나면 6위권 진입은 결코 불가능은 아니다”라며 “플레이오프 출전을 위해 경기당 평균 1.6득점, 실점은 0점대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찌 보면 까보레-뽀뽀 용병진의 활약에 탄력을 얻었던 작년 경남 시절과 비교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은 “까보레는 잊은 지 오래”라고 단언했다. 특정 선수에게 미련이 있으면 현재에 충실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박 감독은 “까보레가 경남에 입단하기 전 연습경기에 6~7차례 나섰는데 고작 한 골을 넣는 데 그쳤음에도 K리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면서 “시몬이라고 못할 것은 전혀 없다. 꾸준한 연습으로 자신감이 붙는다면 큰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령탑이란 직책을 고독, 책임 등으로 풀이한 박 감독은 “경남 시절을 포함해 감독 경력만도 3년차인데 아직도 모르겠는 게 지도자”라며 “황선홍(부산), 변병주(대구) 감독 등 후배 지도자와 함께 경쟁하는 게 흥미롭지만 부담스럽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가장 잘할 수 있고, 큰 만족을 주는 게 축구이기 때문에 평생 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박 감독은 “그간 품어온 열정과 포부로 우리 전남이 신화 창조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