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싸빅은 홍명보 코치와 같은 한국 축구 명 수비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K리그 전남 드래곤즈가 최근 영입한 크로아티아 출신 귀화 수비수 이싸빅(35)은 존경하는 한국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코치를 꼽았다. 아예 자신의 롤 모델로 삼고 있다고 했다. 지난 21일 오후 광양의 전남 선수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싸빅은 “홍명보를 가장 존경한다. 한국이 자랑할 만한 대단한 영웅이다. 홍명보는 내가 처음 K리그와 왔을 때부터 많은 도움을 줬다. 항상 그를 기억하고 있다”고 각별한 인연과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싸빅은 98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해 5시즌을 보낸 뒤 성남 일화(2003~2005), 수원 삼성(2005~2007)을 거쳐 지난 16일 전남 유니폼을 입었다. 한때 아프리카 가나로 옮긴다는 풍문이 들려왔지만 결국 마지막 선택은 익숙한 K리그였다.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하는 이싸빅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곳과 접촉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 첫 선택은 무조건 K리그였다. 한국 생활 11년째다. 수원을 떠난 뒤 고민하고 있을 때 전남이 불러줘 한국에 남을 수 있게 됐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심지어 이싸빅은 “포스코맨으로 한국 축구에 정착했는데, 선수 인생 종착점도 포스코맨(전남을 지칭)으로 끝날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면서 “전통이 뛰어난 클럽이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뼈있는 농담까지 던졌다. 이싸빅은 향후 2년 정도만 더 현역 생활을 이어갈 계획이다. 주전 경쟁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K리그를 누빌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단다. 최선을 다한 뒤 박항서 감독의 선택을 기다리겠단다. 특별히 갖고 있는 개인적 목표는 없다. 그저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게 이싸빅만의 축구 철학이다. 일단 2년만 부상없이 필드를 뛰고, 은퇴한 뒤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 지도자든, 다른 길이든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올 시즌 바람은 있다. 누구나 비슷한 ‘부상없이 많은 경기에 나서고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싸빅은 지난 2004년 성남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을 때 쾌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어떤 것보다 K리그 우승 트로피가 탐이 난다”. K리그를 누비는 지난 11년간 이싸빅은 266경기에 출전해 9골-7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선수 본인의 소망이 이뤄진다면 300경기 출장은 무난히 넘길 전망이다. 푸른 눈의 이방인으로서 정말 특별한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존경하면서 닮고싶은 인물로 홍명보를 꼽았던 이싸빅. 그렇다면 가장 껄끄러웠던 공격수는 누구일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샤샤를 넘버 원으로 선택했고 그 뒤로 황선홍 이동국 김동현 등을 리스트에 올렸다. 이싸빅은 “한국 스트라이커들에 특별한 부담을 갖고 있진 않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다만 오늘 꼽은 선수들은 점프, 기술, 슈팅력, 체력 등 어느 것 하나 남부럽잖은 높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혹시라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게 후회스럽지는 않을까. 대답이 돌아오기까지 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전혀”란 한마디로 운을 뗀 이싸빅은 “한국에서 우리 집안 전체가 부를 거머쥘 수 있었다. K리그서 명예와 부를 얻은 난 한국인이다”라고 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표팀의 팀 닥터로 근무하다 지금은 자그마한 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이싸빅의 부친 사미드 씨도 아들의 귀화를 진심으로 환영했고, 축복했다. 귀화 자격을 얻었을 때 가족 모두가 찬성했다. 홍명보를 존경하고, 황선홍을 한국 공격수 중 가장 껄끄러웠던 인물로 여긴 이싸빅. 완전히 한국인으로 생각하는 그가 현역 시절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향후 2시즌간 활약상이 무척 기대된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