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절묘한 데자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2일 안양 KT&G전을 끝으로 대구 오리온스에서 인천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된 ‘토종빅맨’ 주태수(26·200cm)가 2년 전 외국인선수 안드레 브라운(27·200cm)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오리온스에서 전자랜드로 이적한 점, 그리고 트레이드 사실을 미리 알고도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는 점이 그렇다. 물론 2년 전과 비교하면 오리온스와 전자랜드의 처지는 180도 바뀌었다는 점은 다르다. 주태수는 브라운과 달리 6강 플레이오프 승부수를 던진 팀으로 옮긴다. 2005-06시즌 오리온스 외국인선수로 합류한 브라운은 초반에만 하더라도 탄력을 앞세운 골밑 플레이와 뛰어난 기동력으로 오리온스의 ‘맞춤형 외국인선수’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후 현저히 떨어지는 자유투 성공률에 따른 소극적인 플레이로 팀이 원하는 골밑 공격 옵션이 되어주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문제점을 나타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위한 자극제가 필요했던 오리온스는 결국 전자랜드에서 특급센터로 활약한 리 벤슨을 영입하기 위해 트레이드 마감일에 맞춰 브라운과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06년 2월2일 벤슨과의 트레이드가 확정된 브라운은 경기 전 트레이드 통보를 받았다. 목표를 상실한 최하위 팀으로 이적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고, 심통을 부릴 만도 했다. 하지만 브라운은 오히려 마지막 경기였던 서울 삼성전에서 더욱 이를 악물고 뛰었다. 25점·10리바운드로 양팀 통틀어 최다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높이의 팀’ 삼성을 꺾는 데 앞장선 것이다. 화끈한 덩크슛을 4개나 터뜨리며 고별전에서 대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브라운은 당당히 NBA에 진출했고, 현재는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계약해 백업 요원으로 활약하며 20경기에 출장, 평균 1.8점·1.6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일에는 주태수가 전자랜드로 옮겼다. 홀로 팀을 떠난 브라운과 달리 주태수의 곁에는 정재호와 트리밍햄도 있다. 그러나 주태수는 지난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지명될 정도로 구단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은 선수였다는 점에서 트레이드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입단 초에만 하더라도 몇 안 되는 토종 정통센터로 주목받은 주태수의 이후 성장이 더디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때마침 올 시즌을 앞두고 비슷한 포지션의 ‘귀화파 신인’ 이동준에 가세해 입지가 더욱 좁아든 상황이었다. 외국인선수 트레이드를 단행한 오리온스는 22일 KT&G전을 앞두고 국내선수 2대2 ‘후속 트레이드’도 확정했다. KT&G전을 앞둔 상황에서 주태수는 트레이드를 통보받았다. 경기 전 오리온스 김상식 감독대행은 “더 좋은 조건으로 뛰는 것이고, 또 앞으로 만날 수도 있는거니깐 가서 열심히 하라”고 주태수를 격려했다. 물론 “오늘 경기도 열심히 하자”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주태수는 코트에서 유종의 미가 무엇인지 입증했다. 24분27초 동안 무려 16점을 몰아넣는 집중력을 과시한 것이다. 특히 4쿼터 종료 2분30초를 남긴 가운데 속공득점으로 바스켓 카운트까지 얻어내는 3점 플레이로 주도권을 오리온스로 가져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KT&G전 승리 후 주태수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훔쳤다. 2년 전 브라운도 눈물을 훔쳤었다. 김상식 감독대행도 “사실 주태수나 정재호 모두 아쉽다. 프로의 세계가 그렇다. 마침 오늘 (주)태수가 잘해줬는데 (트레이드가) 아쉽긴 아쉽다”고 아쉬움을 곱씹을 정도였다. 하지만 주태수는 2년 전의 브라운과 마찬가지로 고별전에서 대구팬들에게 유종의 미를 선사했고 이제는 전자랜드의 ‘6강 청부사’ 명을 받았다. 절묘한 데자뷰를 이루고 있는 브라운의 연장선상에 NBA 진출이라는 열매가 있는 것처럼 주태수에게도 새로운 성공의 열매가 열리길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