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프로야구의 최대화두는 ‘거품제거’이다. 현대 유니콘스 사태로 프로야구의 엄청난 적자폭이 드러나고 그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면서 야구계는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단들은 당장 적자액을 줄이는 데 힘을 쏟을 태세이다. 적자의 가장 큰 부분인 선수들의 높은 몸값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살림살이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거세다. 현대 사태를 1년 넘게 해결하지 못해 비난의 타깃이 된 KBO는 구단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구단들은 현재 전액 KBO 수입으로 들어가는 방송중계권료를 비롯해 타이틀스폰서 등 수입을 구단들에게 나눠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KBO의 비용 절감을 위해 각종 위원회를 폐지하고 마케팅 전담 자회사인 KBOP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옳은 말들이다. 선수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구단과 KBO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동참해야만 프로야구 가치를 되살릴 수 있다. 하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처럼 구조조정이라는 깃발 아래 수익 사업까지 줄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KBOP를 해체하라는 소리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제 프로야구 통합마케팅사로서 수익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조직을 없애라는 것은 수익성을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사무국의 마케팅 전담사인 MLBP를 벤치마킹해 2002년 출범한 KBOP는 그동안 중계권 협상, 타이틀스폰서 유치, 부대사업 등을 통해 ‘프로야구’라는 브랜드를 판매하는 데 앞장서왔다. KBO 기구 내 마케팅부서 인원 6명을 떼어내 새로 조직한 KBOP는 출범할 때 중계권료를 제외한 수입을 연간 40억 원에서 현재 70억 원으로 불렸다. 타이틀스폰서, 인터넷 중계권료, 각종 부대사업 등으로 수입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KBOP는 신속한 의사 결정과 통합마케팅을 통한 수익성 배가로 구단 이익에 기여한다는 설립 취지에 맞게 수입의 일부를 구단에 나눠주고 있다. 일부에서 ‘타이틀스폰서료를 KBO 운영비로 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KBOP 관계자는 “그건 잘 못 알고 있는 부분이다. 타이틀스폰서료는 엄연히 구단에 나눠주고 있다. KBO는 법적 문제로 구단에 직접 수익을 돌려주기가 힘들지만 KBOP는 광고료 등으로 구단에 이익을 분배하고 있다”며 KBOP에 대한 구단들의 이해 부족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미국은 사무국 직원이 100여 명인데 반해 MLBP는 300여 명의 직원이 마케팅을 위해 뛰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는 KBO까지 전체 합쳐서 30명 직원 중에 6명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그동안 보수적으로 운영하던 일본프로야구기구(NPB)도 KBOP의 성공에 자극받아 마케팅 전담 자회사를 만들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계에서는 구단들에서 우후죽순처럼 쏟아내는 구조조정 방안들에 대해서 환영하면서도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데 힘을 쏟기 보다는 긴축과 함께 수익도 늘려 대차대조표를 건전하게 만드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게 야구계의 지적이다. 프로야구를 통한 수익증가 사업은 앞으로도 더욱 장려하고 힘을 써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그래야만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프로야구 가치를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