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잘해보자". "형, 여기로 패스해줘". 곳곳에서 환한 웃음과 함께 활기에 가득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15년 만에 K리그 왕좌에 올라선 포항 스틸러스 선수단의 분위기다. 지난 22일 오후 포항 선수단 숙소가 위치한 송라 클럽하우스.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 속에 한시간 반 가량 진행된 훈련에서 파리아스 감독과 선수들은 측면 크로스를 통한 문전 침투 훈련과 더불어 볼 터치 및 패스 연습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본래 파리아스 감독은 전형적인 남미인의 특징처럼 늘 느긋하다. 언제, 어떤 일이 닥쳐도 선수들은 물론이고 주위를 닦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유난히 좋아한다는 간고등어를 가장 약한 불에 천천히 구워 먹을 정도니 알 만하다. 어차피 모든 지시가 통역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 템포 쉬어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통역 나영준 씨의 말투도 느릿느릿하니 더 이상 부연은 소용없다. 이처럼 사령탑부터 여유를 보이자 선수들도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다. 고참들부터 확실히 바뀌고 있다. 어차피 한 시즌만 뛰고 은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몸 관리를 스스로 철저히 하고 있다. 김기동은 오전 훈련을 끝낸 뒤 허리 통증을 호소해 곧바로 진료를 받았다.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한 모습이다. 메디컬 체크에서 문제 소견이 나온 조네스를 방출시키며 전원 물갈이된 용병들도 한국 동료들과 무리없이 적응하고 있다. 흑인 특유의 익살이 가득한 표정으로 있던 데닐손과 파비아노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얼굴에는 내내 미소가 가득했다. 올 시즌 포항은 1차 목표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계획하고 있고, 2차 목표로 K리그 제패를 꿈꾸고 있다. 선수 개개인에게는 주전 경쟁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결같은 웃음과 여유로 그 첫 발을 내딛고 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