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화이트하트레인(런던), 이건 특파원] 숫자 26. 그냥 일개 숫자일 뿐이다. 행운의 7이나 팀 내 에이스를 뜻하는 10과 같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 평범한 숫자일 뿐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적어도 2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화이트 하트레인에 모인 3만 여 관중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한쪽에는 행운과 승리의 숫자로, 다른 한쪽에는 불운의 숫자로 기억됐다. 이날 벌어진 토튼햄과 아스날의 칼링컵 4강 2차전은 양 팀의 26번이 승부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튼햄의 26번인 레들리 킹은 팀에게 5-1의 대승을 안긴 반면 아스날의 26번, 벤트너는 팀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 킹은 시종일관 안정된 수비력으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특히 1-0이 된 후 아스날의 파상 공세를 잘 막아냈다. 그는 전반 11분 상대 공격수의 맥을 끊는 강인한 태클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여기에 리더로서 모습도 뛰어났다. 킹은 경기 내내 수비진들과 중앙 미드필더들과 대화를 통해 수비를 조율했다. 이영표도 경기가 끝난 후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말자고 수비진 전체가 다짐했었다" 며 "킹과 경기 내내 대화를 주고받은 것은 압박 수비를 위함이었다" 고 킹의 리더십을 에둘러 칭찬했다. 반면 아스날 26번 벤트너는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날 시어 월콧과 함께 선발 출전한 벤트너는 레들리 킹과 마이클 도슨 등에게 막혀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그는 월콧과 자리를 바꾸어가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먹고 나선 토튼햄 수비진들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전반 26분 터진 자책골이었다. 벤트너는 토튼햄의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의 장신 수비수들을 막기 위해 공을 향해 쇄도했다. 벤트너는 큰 키를 이용해 공을 걷어내려 했지만 뜻처럼 되지 않고 오히려 자기편 골문에 볼을 넣고야 말았다. 0-1로 뒤진 상황, 그것도 자신의 팀이 파상공세를 펼치던 때에 찬물을 끼얹는 통한의 자책골이었다. 이후 벤트너의 플레이는 더욱 의기소침해지며 아스날의 공격력에도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