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3루수 변신' 롯데의 득과 실
OSEN 기자
발행 2008.01.23 14: 27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선임하며 팀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롯데가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변화의 바람에는 ‘간판스타’ 이대호(26)의 포지션 변경도 있다. 지난 2년간 줄곧 1루수로 활약한 이대호는 로이스터 감독 부임 후 3루수로 포지션 변경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대호의 3루수 변신이 가져올 득과 실을 살펴본다. 득 : 전력의 극대화 롯데가 이대호를 3루수로 재복귀시키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롯데는 지난 몇 년간 3루 포지션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괜찮은 3루수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기란 비단 롯데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에 어려운 숙제였다. 2006년에는 KIA가 마이크 서브넥과 스캇 시볼을 데려왔으나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롯데가 에두아르도 리오스에게 속된 말로 데었다. 각 팀들이 확실한 토종 공수겸장 3루수들을 보유한 것과 달리 롯데에는 확실한 3루수가 없었고, 공수양면에서 약화를 부르는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다. 결국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이대호의 3루수 재복귀가 현실화되고 있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이대호는 나쁜 3루수가 아니다. 이미 3루수로 검증을 끝마쳤다. 2004년에는 3루수로 128경기에 출장했고 2005년에도 3루수로 88경기에 출장했다. 이 기간 동안 실책은 각각 13개·12개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큰 체구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몸놀림과 타구처리 그리고 투수 출신답게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능력까지 과시했다. 공필성 수비코치는 “(이)대호의 3루수 수비는 수준급이다. 실전에 투입해도 될 정도다. 해외 전지훈련에서 조금만 다듬는다면 훨씬 좋아질 것이다”고 평가한다. 이대호 본인도 “3루 수비에 큰 부담이 없다”고 자신한다. 롯데는 지난해 주전 3루수로 활약하며 생애 최고 타율(0.282)을 기록한 정보명보다 이대호의 수비력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정보명의 수비율(0.933)은 골든글러브 후보자 중 최악이었다. 문제는 오히려 공격이다. 이대호 대신 1루수로 들어갈 선수가 과연 1루수 포지션에 걸맞는 타격 성적을 낼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1루수는 지명타자와 함께 공격력이 뛰어나야 하는 포지션이다. 모든 구단들이 1루수 포지션은 철저하게 공격위주로 선정한다. 현재 롯데 차기 1루수로 거론되는 선수는 테스트를 받고 있는 마해영을 비롯해 박현승·최길성·박종윤 등이다. 지난해 주전 3루수 정보명은 지명타자로 자리를 옮길 것이 유력하다. 그러나 마해영이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거나 최길성이 거포본능을 발산하지 않는 이상, 공격 포지션인 1루수에서 롯데는 오히려 손해를 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도박이 성공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게 된다. 핫코너 수비강화와 전력의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다. 실 : 이대호의 타격 지장 만약 이대호가 3루수로 재정착하게 된다면 올해 프로야구 3루 골든글러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과연 이대호가 3루수로도 지난 2년간 쌓아올린 가공할 만한 실적과 생산력을 뽐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3루수는 분명 1루수보다 수비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수비부담은 종종 체력부담으로 이어지고 체력부담은 또 타격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이대호가 가장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당연히 공격이다. 이미 이대호는 지난 2년간 프로야구 최고타자로 군림한 톱클래스 타자다. 3루수로 옮겨서 갑자기 타격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대호는 기술적으로 완성도에 오른 타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격과 수비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지 않다. 이대호가 최고타자로 활약한 지난 2년간 그의 포지션이 붙박이 1루수로 고정됐다는 사실이 대변한다. 2005년까지 이대호는 잠재력을 완전히 발산하지 못한 2% 부족한 유망주였다. 2004~2005년 2년 연속으로 20홈런을 돌파했지만, 타율은 2할7푼도 넘기지 못했다. 지금처럼 정확도와 파워를 모두 갖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에 대한 부담으로 잔부상을 달고 다녔고, 여름을 고비로 한 체력문제는 항상 고민거리였다. 게다가 이대호의 3루 수비도 분명 수준급이었지만 번트수비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종종 받았다. 그런 이대호가 톱클래스 타자로 발돋움한 시점이 바로 2006년이었다. 새롭게 부임한 강병철 감독은 이대호의 수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를 ‘1루수 겸 4번 타자’로 완전하게 뿌리박았다. 지난 2년간 이대호가 3루수로 출장한 것은 도하 아시안게임뿐이었다. 물론 강 감독도 이대호의 번트수비를 불신했다. 하지만 그보다 이대호의 타격을 살리는 데 보다 더 집중했다. 이대호는 타격성적으로 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대호의 잠재력 완전 폭발은 그저 포지션 변경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지만, 결코 무관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롯데의 현실 이대호 3루수 변신의 전권은 역시 로이스터 감독의 손에 있다. 이대호는 최근 전지훈련을 앞둔 팀 훈련에서 3루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대호를 “메이저리그에서도 4번을 칠 수 있는 타자감”이라고 극찬한 바 있는 로이스터 감독은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유연성으로 내야수비도 뛰어나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이대호를 칭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대호의 수비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대호의 3루 재복귀가 점점 유력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패를 떠나 롯데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대호가 그대로 1루를 지킬 경우 3루 핫코너는 기존 정보명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롯데 3번 타자로 활약한 정보명은 타격랭킹 전체 20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타격에 재질을 지니고 있다. 신고선수 출신으로 2군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수비는 결코 모델이 될 수 없다. 정보명이 지키는 3루는 롯데 내야의 무서운 화약고였다. 물론 이유없는 무덤은 없다. 정보명은 외야수 출신이라 내야수비에 약점을 지닐 수 밖에 없다. 정보명을 제외하면 3루수로 마땅한 대안이 없는 롯데는 또 다시 내야수비 불안이라는 고질병을 앓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야수비의 불안은 투수들에게 전이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롯데는 외국인 타자로 ‘왼손거포’ 카림 가르시아를 영입하며 중심타선을 보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전체적인 라인업이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다.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던 롯데로서는 가지고 있는 전력을 최대한 극대화하는 것만이 능사다. 이대호의 3루수 변신도 그 과정에서 나온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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