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10승을 올리면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한다. 작년 시즌 1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22승의 리오스부터 10승의 박명환까지 12명에 그쳤다. 산술적으로 팀당 2명의 투수가 10승을 기록하기도 힘든 것. 특히 신인선수가 데뷔 첫 해부터 1군 무대에 살아남아 10승을 올리기는 더욱 어렵다. 신인 개념이 없던 프로야구 원년(1982년)을 제외하고 1983년 이후 데뷔 첫 해에 10승을 올린 투수는 지난해까지 총 36명에 불과하다. 1983년 김시진(17승)을 시작으로 2006년 류현진(18승), 장원삼(12승), 한기주(10승)까지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그 기록의 주인공이다. 지난해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올 시즌 데뷔 첫 해에 10승을 기록하는 37번째 선수가 탄생할까? 강력한 후보로 LG의 정찬헌과 이형종, 삼성의 최원제, 그리고 두산의 진야곱을 꼽을 수 있다. 모두 고교에서 프로로 직행한 신인으로서 아마추어 시절 고교무대를 평정했던 대어급 투수들이다. 광주제일고의 정찬헌은 제41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MVP와 2007년 아마야구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또 작년 야구월드컵에 두산의 진야곱과 함께 고교생의 신분으로 참가했던 경력이 있다. 뛰어난 신체조건(1m87,87kg)을 이용한 직구의 볼 끝이 좋고 슬라이더 등 변화구에도 강점이 있다. 또 어린 나이에 성인 무대를 경험한 것도 프로 무대 적응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코칭스태프의 눈에 든다면 LG의 마운드 운용 또한 수월해질 것이다. 이형종은 공교롭게 지난해 5월 서울고의 에이스로서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정찬헌의 광주일고에 아쉽게 패한 기억이 있다.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과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정찬헌과 함께 올 시즌 LG의 선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서울고 출신의 이형종이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할 지 주목된다. 성남고의 진야곱은 150km대 중반의 강속구를 지닌 특급 좌완이다. 좌완 투수난에 시달려온 두산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작년 8월 아시아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3경기에 등판해 24개의 삼진을 뽑아냈고 홍콩전에서 154km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또 정찬헌과 함께 작년 야구월드컵에 출전해 아마 최강 쿠바를 상대로 인상적인 역투를 펼친 강심장이다. 투구폼이 특이해 좌타자를 상대하기에 유리한 점도 있다. 변화구와 견제능력 등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요소를 철저히 준비한다면 류현진 김광현(SK)과 함께 특급 좌완의 계보를 이을 선수다. 최원제도 서울 출신으로 장충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작년 황금사자기에서 장충고의 2연패를 이끌며 MVP까지 수상했다. 타자와 투수 모두에 자질이 있는 만능선수다. 지난 2001년 이정호 이후 삼성의 대형신인이라며 삼성팬들은 흥분했다. 다만 삼성에서 타자와 투수 중 어떤 포지션으로 뛰느냐가 중요한 쟁점이다. 투수로서 빠른 공을 가졌지만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10승을 가기 위한 선발진 합류도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 물론 이 네 명의 신인 외에도 깜짝스타가 나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교시절까지 기록과 실력을 감안하면 이들 중 데뷔 첫 해 10승의 주인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10승을 달성하는 투수는 신인왕 경쟁에서 유리함은 물론이다. 지난해 신인왕 임태훈(두산, 7승 3패)도 10승에는 미치지 못했다. 과연 데뷔 첫 해 10승을 올릴 37번째 선수가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팬들에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heman81@osen.co.kr 진야곱-정찬헌-이형종-최원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