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맛에는 역시 김치가 최고'.
지난 21일(한국시간) 대구 FC의 전지훈련 숙소인 터키 안탈리아 호텔 식당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국에서나 맡을 수 있는 김치의 매콤한 냄새가 식당에 가득 찼고 선수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서 변병주 감독이 직접 나눠주는 김치찌개를 한 그릇씩 받아들고 어린 아이처럼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치찌개를 싫어하는 한국 사람은 없을 터.
대부분의 선수들이 두세 그릇을 후딱 비우고 옆에서 지켜보던 에닝요, 알레산드로 등 브라질 선수들까지 덩달아 한 그릇씩 퍼가는 통에 큰 솥 가득 끓인 김치찌개는 금방 동이나 버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네 그릇이나 해치운 진경선은 "모처럼 땀 흘리며 맛있게 먹었다. 온몸이 훈훈해 지면서 오늘 하루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치찌개가 맵다는 걸 알고는 옆에서 구경만 하던 에닝요와 알렉산드로는 조심스레 맛을 보다가 김치 특유의 매운 맛에 깜짝 놀라 연신 물을 들이키며 난리(?)가 났다. 그 모습을 본 국내 선수들은 한바탕 웃음이 터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그들만의 만찬은 계속되었다.
갑작스런 소동(?)에 외국 선수와 투숙객들도 김치찌개 앞에서 기웃기웃 거렸지만 발 빠른 우리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에 막혀 제대로 맛볼 수 없었다.
주장 황선필은 "오늘 우크라이나와의 연습경기에서 아쉽게 0-1로 패해 선수단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을 뻔 했으나 이와 같은 이벤트로 인해 선수들이 다시 힘을 내서 더 열심히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벤트를 마련해준 요리사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날 선보인 김치찌개는 강도 높은 훈련과 연이은 연습경기로 피곤에 지친 선수들을 위해 마련된 깜짝 메뉴. 특히 이날은 우크라이나 슈퍼리그 팀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격렬한 연습경기로 인해 선수들의 심신이 피로한 상태.
이를 눈치 챈 감독과 구단 프런트가 당초 계획보다 앞서 김치찌개를 마련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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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FC 제공.